“왜냐하면 그런 날에는/ 전통 의식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9월의 늦은 오후인데도/ 햇빛이 놀랍도록 눈부시기 때문에,/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그때/ 당신은 갑자기/ 고통스러울 만큼 격렬한 질투를 느낄 것이다”. 202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미국의 시인 루이즈 글릭이었다.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 117명 가운데 열여섯 번째 여성 수상 작가이자 시인으로선 두 번째 수상이다. 최근 루이즈 글릭에 대해 써야 할 원고가 있어 그의 시를 찾아 읽다가 앞서 인용한 「애도」(Lament)라는 시를 발견했다.
「애도」는 '당신'의 죽음 이후 조문 온 친구들이 '당신'의 사람됨에 대해 동의하는 장면부터 시작돼 그들의 눈물과 그걸 지켜보는 '당신'의 심경을 서술하며 이어지다 문득 "고통스러울 만큼 격렬한 질투"를 느끼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산 사람들은 서로 포옹하기도 하고 길에 서서 잠시 얘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또 해는 뉘엿뉘엿 지고 저녁 산들바람이 여인들의 스카프를 헝클어뜨리는데 문득 '당신'은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것이 '운 좋은 삶'이라는 걸 말이다.
루이즈 글릭은 거식증과 불안정한 심리 상태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 이후 7년 동안 상담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시인으로 데뷔한 이후에도 우울증으로 고통받았고 50대의 나이에 병으로 죽음의 입구까지 갔다 온 뒤 이 시 「애도」를 썼다. 「애도」는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이만이 쓸 수 있을 문장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애도」는 그저 고통스럽기만 한 시는 아니다. 오히려 이 시는 9월 늦은 오후의 햇빛처럼 놀랍도록 눈부시다. 그것은 이 시에 산 채로 죽음을 체험한 시인의 격렬한 삶에 대한 열망, 끈덕진 삶에의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어 '테스형'을 찾게 되는 이생의 삶이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것은 ‘운 좋은 삶’이다. 오늘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시구에 마음을 푹 담가 보자.
김미향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저자
2020년 11월 19일(목) <조선일보> '일사일언'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23&aid=000357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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