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귀영화

사랑 같은 것은 없다, 사랑의 증거만이 있을 뿐

- 영화 <결혼 이야기>

by 김뭉치

결혼이란 무엇일까. 이 영화의 제목은 왜 ‘이혼 이야기’가 아니라 ‘결혼 이야기’일까.



일찍이 피에르 르베르디는 “사랑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단지 “사랑의 증거만이 있을 뿐”이라고.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찰리(애덤 드라이버)는 사랑의 증거로 피터를 낳았으나 이제 이혼하려 한다. <결혼 이야기>의 인트로는 수미쌍관의 결말과 연결되어 더욱 백미다. 영화 초반, 관객들은 니콜과 찰리가 서로의 장점을 나열하는 보이스를 듣게 된다. 찰리는 니콜이 훌륭한 댄서이고 아이와 잘 놀아주고 선물도 잘 고른다고 말한다. 니콜은 찰리가 좋은 아빠이고 경쟁적인 성격에 집안일도 잘하고 매사에 확신이 있다며, 거의 모든 일에 확신이 없는 자신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이 글은 찰리와 니콜이 쓰기만 했을 뿐, 끝내 서로에게 읽어주지 못하는 글이었다.



연극 연출가인 찰리는 태연하게 자신이 쓴 니콜의 장점을 읽으려 하지만 니콜은 찰리 앞에서 찰리의 장점을 열거한 글을 읽기를 거부한다. 어쩌면 그녀는 그 글을 읽으며 찰리와의 이별에 대한 자신의 결심이 흔들릴 것을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이후 로맨스로 시작한 이 영화가 인트로의 시간을 건너면서 우리는 니콜이 왜 찰리와의 이혼을 결심했는지 알게 된다. 꾹 눌러 놓았던 자신의 감정을 니콜은 변호사 노라(로라 던) 앞에서 폭발시킨다. 대개의 여성들이 그러하듯 니콜은 결혼과 동시에 자신을 잃어버렸다. 니콜과 노라는 여성에게 결혼이란 가스라이팅과 다를 바 없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표하는 것처럼 보인다. 젊고 재능 있는 미모의 할리우드 스타였던 니콜은 찰리의 부인이 된다. 그런 니콜에게는 찰리가 메리 앤(브룩 블룸)과 잠자리를 갖기 전, 이미 엄마와 아내, 찰리가 지휘하는 극단의 연극배우로서의 역할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노라를 만난 뒤부터 니콜은 달라진다. 가난한 여성들과 학대받는 여성들을 게으른 남편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안됐다는 이혼 제도는 그러나 예수를 탄생시킨 성모 마리아의 존재 이후로 모든 어머니들에게 부여된 뿌리 깊고도 지독한 불공평을 더욱 확실하게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니콜은 이혼 소송에 집중하고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배우이자 연출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간다. 니콜의 세계는 확장되고 그녀는 강해진다. 반면 찰리는 ‘투명인간’이라는 그의 핼러윈 분장처럼 사라져 간다. 무너지고 약해지고 원래의 자신마저 잃어버린다. 그리하여 그는 친구들과 바에 머물던 어느 날, 자신을 복원하기 위해 스테판 손드하임의 <Being Alive>를 열창한다.



서로에겐 ‘지금, 여기의 삶’이지만 변호사들에겐 그저 ‘일’인 그들의 이혼 소송은 변호사 노라와 버트(알란 알다), 제이(레이 리오타)의 말들, 니콜과 찰리의 말들이 팽팽하게 부딪히며 아슬아슬하게 내려앉는 더께 속에 긴장을 쌓아가며 지속된다. 한때의 사랑은 더욱더 격렬하고 날카롭게 부부를 찌르고 그래서 처참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따뜻하게 끝을 맺는다.



결혼 생활이란 완전함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코 완벽해질 수 없는 삶의 한 형태이며 역시 우리네 삶처럼 복잡다단하고 불확실해 그토록 깨지기 쉬운 것이다. 그럼에도 그 속엔 호의와 친절이라는 멋진 일상의 감정이 자리하고 어떻게든 우리를 변화시킨다. 그리하여 결국 나는 니콜도 찰리도 응원할 수밖에 없고, 그 모든 기쁨과 고통 속에서 그들이 진정 자신의 행복을 찾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



#노아바움백최고 #넷플릭스영화 #필히소장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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