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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상 May 30. 2020

[Preview] 벼랑 끝에서 인간을 바라보다

제한된 공간, 넘쳐오는 불안

1996년, 부산을 출발한 페스카마호라는 이름의 원양어선은 중국에서 온 교민들을 태우고 출항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1. 페스카마호


이 사건이 바로 연극 <고기잡이 배>의 모티브가 되는 실화이다.

1996년 6월 3일 페스카마호는 태평양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중 함께 타고 있던 중국 교민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기어이 살해까지 당하고 만다. 그 이유는 바로 한국인들이 교민들을 노예처럼 부렸기 때문이다. 결국 참다못한 중국 교민들이 야심한 시각 선원을 하나씩 불러내어 살해, 바다에 유기하면서 의견이 달랐던 중국 교민 하나를 포함한 총 11명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항해를 해야했던 항해사만이 살아남았고, 그는 교민들을 선실에 가두고 헤엄쳐 구조를 요청, 성고하고 만다. 결국 이 사건을 저지른 범인인 교민들은 1심에서 전원 사형이 내려졌고, 2심에서는 그 당시 인권 변호사였던 문재인 변호사에게 변호를 요청하여 무기징역으로 형을 낮추었다. 대법원 판결에서 1심 판결을 원복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그들이 저지른 일은 대한민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여기서 의견이 갈라진다.




2.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짐승이 된다


교민들이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어째서 그들이 이런 악마같은 일을 저질렀을까.

사건을 살펴보니 상황은 이러했다. 정식 경로가 아닌 불법적인 경로로 일을 소개받은 교민들은 고기잡이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했다. 그러다보니 고기잡이 특성 상 불규칙하게 일해야하는 환경임을 몰랐던 것이다. 더군다나 노련한 사람도 다루기 힘든 어망과 각종 도구들을 뱃일을 해본 적 없는 이들이 다루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미숙한 업무숙련도로 인해 한국인 선원들은 그들을 구타하고 괴롭혔으며 점차 그 강도가 심해졌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교민들은 서로 뜻을 모아 그날 밤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과연 이 사건의 잘잘못은 어떻게 따져야 할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한국인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체유기까지 벌인 교민들이 절대적으로 잘못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감히 사람을 죽이고 시체까지 바다에 유기한 것은 평생 용서받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교민들은 이토록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원양어선이라는 매우 열악하고 폐쇠된 공간에서 일방적으로 당하는 폭행, 일이 미숙해서 제 생각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스트레스, 그로 인한 계속되는 반인권적인 행동, 그리고 절대 도망칠 수 없었던 돈을 벌고자 했던 목적. 위와 같은 여러가지 요소들이 모여 그들의 극단적 행동을 유도했다.




과연 누가 잘못했을까.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


그럼 반대로 질문해보자.

'어떤 일을 겪었길래 사람을 죽여?'


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무도 모른다. 한국인들끼리 배를 타고 나갈 때도 거칠게 다녀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교민을 태운 배는 기본적으로 그들을 하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은 '배'라는 특수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3. 짐승은 서로를 물어뜯는다


물론 교민들을 옹호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같은 인격체로써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살해동기를 준 무언가가 있지 않겠는가.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탈바꿈시켜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극은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인간의 심리를 극한으로 자극한다.

폐쇠된 공간, 매일 찾아오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


인간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여러 요소들이  안에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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