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상 Jun 05. 2020

[Review] 나무에서 차로 [도서]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

아마 작년부터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갑작스레 보이차 붐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온갖 건강 프로그램에서 보이차에 대해 다루고 있었고, 홈쇼핑은 이에 질세라 열심히 보이차를 판매하고 있었다. 주요 효능을 다이어트로 설명하고 있었기에 그 당시 사람들이 보이차 하면 살 빠지는 차로 알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마케팅의 성공이었다. 


하지만 보이차의 진짜 효능은 다이어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갈산이 풍부하여 지방 축적 방지와 항산화 작용에 효과가 있으며 숙취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질 좋은 보이차는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  -위키백과

설명만 보면 거의 만병통치약의 효능을 보인다. 

이러한 효능 때문일까. 보이차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되었다. 



1. 보이차의 시작 


보이차의 시작을 알아보려면 '차'의 시작부터 알아봐야 한다. 

차나무는 인류보다 훨씬 전에 지구에 등장했고, 그중 차 문화를 발전시킨 곳은 중국의 운남이라는 곳이다. 그들은 먼 옛날부터 차를 마셔왔고, 차나무의 후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때의 그들은 차를 지금처럼 다양한 기술로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찻잎을 따서 물에 끓여 먹었을 뿐이다. 그렇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차를 만들어 마셨다. 


본격적으로 '보이차'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1664년 학자 '방이지'가 작성한 책에서부터이다. 

보이차는 쪄서 덩어리로 만든다. 서번에서 이를 사 간다 

이때의 보이차는 이미 퍼져 즐겨마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보이차의 여행'


책의 제목에는 '경제사'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내면 깊숙한 곳에서 거부감이 들었다. 경제도 경제인데 경제'사'라니, 무언가 전공서적과 같은 복잡하고 심오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책을 덮었을 때 느꼈다. 경제사보다는 '보이차의 여행'이라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이다. 중국은 차를 물보다 많이 마실 정도로 차를 좋아하고 그들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 세계를 차지하고 있는 음료의 양대산맥이 아닐까. 술을 제외하고 세계가 즐겨마시는 음료는 차와 커피로 나뉘지 않은가. 그중에서도 중국의 차는 역사도 깊고 품질도 좋기에 특히나 주목된다. 



그래서 한 때 보이차가 유행했을 때 보이차를 투자 감으로 보는 경향도 있었다. 바로 보이차의 특성 때문이다. 녹차와 같은 다른 잎차, 꽃차처럼 말려서 보관하는 형태가 아니고 뭉쳐서 덩어리 형태로 보관하는 특성,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발효되어 보다 좋은 품질의 상품이 된다는 특성 때문에 마치 와인처럼 투자상품으로 탈바꿈된 것이었다. 실제로 어머니가 중국 현지인에게 구입한 보이차를 마셔보니, 시중에 판매하는 보이차와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향과 맛이 좋았다. 지금도 기억하는 게 병뚜껑만 한 사이즈의 덩어리를 큰 주전자에 넣고 끓이시는 모습이다. 그 큰 주머니에 병뚜껑만 한 조각만 넣어도 되는가 의심이 들었지만, 그럴 필요 없었다. 충분히 진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왔기 때문이다. 


미각에 자신 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보이차의 이런 특성을 알려주고 깊은 맛을 느끼게 해 주면 바로 보이차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보면 와인이나 막걸리처럼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숙성시켰느냐에 따라 맛이 무한한 갈래로 나뉘는 제품들은 미각에 자신 있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보이차 역시 어떻게 잎을 가공해 덩어리로 만들고, 어떤 환경에서 숙성시켰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라고 생각한다. 



보이차는 중국의 역사를 한 몸에 꾹꾹 눌러 담고 있다. 

인류가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나무의 형태로 땅을 딛고 서있었으며 인류를 만나면서 나무는 '차'로 재탄생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Preview] 벼랑 끝에서 인간을 바라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