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란 무엇일까.
그것도 인간관계.
단순히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차원적인 관계, 그러니까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는 ‘기브 앤 테이크’와 같은 개념이 아닌 좀 더 복잡하고 심오한 개념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필수적으로 집단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요즘에야 혼밥, 혼술과 같은 혼자서 하는 활동들 이 각광받고 있지만 결국 혼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도 다른 사람이 이루어놓은 성과를 혜택으로서 이용하는 것뿐이다.
오롯이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1년간 백수로 지내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고, 또 기쁘게 했던 것이 바로 '관계'이다.
학생 때에는 항상 주변에 누군가 함께 있었다. 물론 수업이 늘 같을 수는 없기에 혼자 다니기도 하고 종종 혼밥도 했지만 그럼에도 연락할 사람이 있었고 부르면 만날 사람도 있었다. 그 때는 그들의 존재가 얼마나 감사한 지 알지 못했다.
학교를 떠나고 보니 주변에 남은 사람이 없었다. 통화 정도야 가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조차도 어려워졌다. 나야 계속 집에 있으면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사회인이 된 친구들에게는 일 분 일 초 가 치열했다. 저녁 시간에 맞춰 전화를 해봐도 아직 퇴근을 못했거나 피곤에 잔뜩 절여진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었다.
차마 그들의 시간을 뺏을 수 없었다.
겨우 얻은 귀중한 시간을 아무 이유 없이 연락한 나와 잡담하며 쓰기엔 너무도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충 안부만 묻고 짧게 통화를 끊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과 나 사이에 간격은 점점 멀어져갔다.
친밀함의 거리가 아니라 경험의 거리라고 해야 하나?
처해있는 상황이 너무나도 달랐다.
어엿한 직업을 가지고 한창 업무에 적응하며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는 그들과, 집에서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나.
대화를 하더라도 다른 영역 의 사람인 것만 같은 거리감이 들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화 법으로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애초에 그들이 겪는 경험과 환경에 나 는 100%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도 해보았다. 관련 직종을 유튜브로 찾 아보기도 하고 주변 어른들에게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그렇게 배경 지식을 쌓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경험과 간접적인 경험. 그 차이를 메꿀 수 없었다. 아무리 내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더라도 결국 나는 그들과 같은 위치가 아니었다.
결국 현직에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직접 보고 듣고 몸으로 부딪히며 쌓은 경험은 점차 넓어지고 깊어졌다. 내가 수집한 정보는 더 이상 질적으로 양적으로 그들과 같은 선상에 놓여있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관심을 거두었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해하기로 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만 치기로 했다.
그러자 대화가 편해지고 이야깃거리가 늘어났다. 그렇다. 현직에 있지도 않은 내가 굳이 그들의 경험을 따라할 필요가 없었다. 언젠가 나도 같은 경험을 할 텐데.
과거의 기억은 추억으로 남겨야한다.
현재를 자각하지 못하고 과거에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그 순간 사람은 정체되는 것이다. 행복했던 기억에 얽혀 그저 흘러갈 뿐인 삶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