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글을 쓰며 살고 싶어요

by 현상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는 로망이 있다.
이룰 수 없는 그 로망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간다.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은 꿈이다.

그럼에도 가슴에 로망 하나쯤은 가지고 산다.


재미있게도 내 로망은 서울에서 지하철 타고 출퇴근 하는 것이다. 치열한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바라보는 빌딩 숲, 철교를 지나 며 보이는 한강과 그곳에 비친 또 하나의 세계. 얼마나 반짝이고 아름다울까.


내가 진정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지.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지금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이다. 자신의 성격과 특기에 맞는 무언가를 고민해보기도 전에 획일화된 교육과 사고를 강요받는다. 아니, 강요라고 느끼지 못할 뿐, 나도 모르는 사이 사고는 지배당하고 상상력과 창의력과는 서서히 멀어진다.


도전은 무모함이 되고 상상력은 망상이 된다.


어릴 적 순수하고 예리했던 사고는 어느새 무뎌졌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싶다.


내 글을 읽는 누군가가 그동안의 편협한 사고를 멈추고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물론 당신이 읽고 있는 이 글이 당신에게 기회를 줄만큼 수준 높은 문장과 내용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나의 생각을 당신과 나누고 싶을 뿐이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면 안 되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글을 읽는 찰나의 순간만이라도 누군가와 다른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내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내 글을 읽고 ‘이건 아니지!’라며 화를 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잠시나마 당신이 인간임을 기억하고 여과 없이 감정을 드러내면 좋겠다.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 남 눈치 안 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비췄으면 좋겠다.
나의 글이 당신에게 순수함을 되찾아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시각으로, 청각으로, 때로는 후각으로 냄새를 맡고 미각으로 맛을 느낀다. 오감을 이용해 대상을 탐색하고 받아들인 정보는 나만의 기준으로 새롭게 해석되고 창조된다. 치열한 분해와 조립을 거듭하며 열심히 사고의 공방에서 작업을 거친 끝에 탄생하는 것.


'생각'
인지하지 못하는 매우 짧은 과정이지만 수많은 과정과 혼돈을 거쳐 탄생 하는 아주 귀한 조각이 바로 생각인 것이다.

소중히 생산한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 '말'이 되고, 펜을 잡고 텍스트 로 출력해내면 '글'이 되는 것이다.


이 어찌 황홀한 과정이고 결과인가.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1차원적인 행위에 불과하던 것들이 결합하는 순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탄생한다. 이런 위대한 과정을 인간은 손쉽게 해낸다.


'나'는 손쉽게 해낸다.


그렇게 탄생한 생각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이라 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나를 남기고 싶다.”


글에는 글쓴이의 감정과 가치관이 모두 나타난다. 평소에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는 글의 주제로 나타나고, 글을 쓸 때의 감정과 컨디션은 글의 흐름과 템포로 나타난다. 때문에 독자는 느끼고 싶지 않아도 글에서 글쓴이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내 글을 읽을 당신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닌 나를 위한 글.


내 생각을 남에게 전달한다는 의미가 남들을 의식하는 행위로 변질되어서 는 안 된다. 온전히 '내 글'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 직사각형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한 글자 한 글자 어떻게든 적어가면 된다.


문장과 문장을 이어가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면 된다.


나는 전문적으로 글을 배우지도 않았고, 관련된 철학이나 인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단지 뇌내공방을 가동시켜 나의 존재를 세상에 남기는 행위 를 하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글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이번 한번은 부드럽게 흘려주었으면 한다. 언젠가 읽은 나의 생각이 당신의 인생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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