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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사 Aug 28. 2015

미디엄과 브런치

제목은 사유를 담는 그릇이다.

다음카카오에서 '브런치Brunch'라는 새로운 블로그 플랫폼을 내놨다.
작년에 에반 윌리엄스가 셋업한 '미디엄Medium'과 상당히 유사한 글쟁이 중심의 기반이다.

95년에 처음 블로그를 만들었다.
학교 계정에다 html로 지금 구글 화면만큼이나 단순한 블로그로 시작해, 벌써 20년동안 블로그질 중이다.
올초에 우연히 알게 된 '미디엄Medium'을 통해 에반 윌리암스의 행보가 참 반가웠고, 지금까지의 광장 개념의 오픈 블로그에서 어느정도 사생활이 보장된 문이 달린 출입형 블로그 개념으로의 전환이 좀더 우리의 실질적인 생활이나 관계와 닮아있어, 인터넷 문화의 또 다른 장을 여는구나,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카카오의 브런치 플랫폼은 형식면에서는 대환영이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나라 플랫폼 이름은 '브런치Brunch' 인가!!
형식으로 보면 옮겨가고 싶은 마음이 90% 이상이지만 이름이 저엉말 마음에 안든다!

미디엄은 1인 미디어라는 의미, 중도라는 의미 등 플랫폼 이름에 철학과 의미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1인 미디어 (Medium, Media의 단수)를 통해 내 주장과 의견을 표출한다는, 다분히 전문적이고 책임감 있는 스멜이 느껴진다.

하아, 그런데 브런치라니......OTL
브런치를 먹으면서 사회경제정치 전반에 걸친 심도있는 대화를 하던가.............?
브런치는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니고, 보통 주말에 늦잠자고 어슬렁어슬렁 볕쬐면서 즐기는, 그런 스타일의 식사가 아니던가.

이번에 출장 갔을때 간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는 심심할 때 보라고 준비되어있는 잡지가 타임즈, 이코노믹스, 포브스였다.
친구가 강릉 씨마크 호텔에 왔다고 놀러오라고 해서 갔더니, 심심할 때 보라고 준비되어있는 잡지가 노블리스였다.

쯔쯧, 혀를 찼었다. 가격만 6성급이면 뭐해, 수준이 노블리스인데.


미디엄과 브런치의 네이밍의 차이는 저 둘의 차이랑 유사하다.

이름 따라 간다고, 미디엄과 브런치, 이 플랫폼을 통해 얻게될만한 글이라는 게, 대충 짐작이 되지 않는가.

부디 상황을 읽어내고 발빠르게 도입하는 신속함만큼이나 그 시스템에 대한 이해 또한 높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카카오는 '브런치'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솔직히 '브런치'라는 네임으로는 이 플랫폼의 목적을 알 수가 없다.

그저 일상의 신변잡기를 풀어놓아 사생활팔이 파워블로거를 양산해내고 싶은 것인지,
진정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사유를 풀어내는 작가들을 육성하고 싶은 것인지.


제목은 사유를 담는 그릇이다.

찻잔에는 차가 담기지 국이 담기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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