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예감
셜록 시즌2가 시작되면서 불태웠던 포스팅들입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부끄러운 부분도 아주아주 많지만, 워낙 즐겼던지라~^^ 그리고 올 겨울이 시작되면 시즌4가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들리니... 뭐, 타임머신 타고 2012년 1월 시즌2가 첫방영되었던 그날로 돌아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BBC 셜록은 정녕 셜로키언의, 셜로키언에 의한, 셜로키언을 위한 셜록이다.
원작을 모르고 봐도 재미있긴 하겠지만 원작을 좋아하고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에겐 정말 깨알같은 재미가 구석구석,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박혀 있으니, 한번 봐도 재밌고 두번 보면 더 재미있고, 세번 봐도 볼 게 있다.
다행히 시즌2 시작하기 전에 그림자 게임을 봤기에 망정이지, 셜록 보고 그림자게임 봤으면 재미가 뚝 떨어질 뻔;;
어떻게 된 게 21세기 판 패러디인데 원작보다 더 클래시컬하면서 완성도까지 치밀하게 올렸다.
게다가 셜록이란 인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쿨&시닉 캐릭터가 21세기 런던 배경이 되면서 더욱 빛을 발하니, 더해서 원작에서는 단순 홈즈빠 & 신도였던 왓슨이란 인물을 더욱 입체적이고 셜록과 평등하게 만들어놔서, 이야기가 더욱 다이나믹해졌다. 아, 여기에 아이린을 빼놓으면 아쉽지. 원작에서도 단 한편에서 나왔던 인물이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였고, OMG, 브릿 셜록에서는 더욱 파워풀한 여성으로 나타나니, 모에하지 않을 수가! (이런, 아이린 때문에 모리아티가 잊혀졌다. 하지만 아직 3화가 남아있는데다, 모리아티는 사실 작품 속에서 존이나 아이린처럼 특정 한 개인이라기 보다 인간이라는 집단이 가질 수 있는 악을 상징하는 장치라고 보기 때문에, 딱히 기억에 남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망상도...)
시즌1이 21세기에 걸맞는 셜록과 존을 탄생시켜 관객과 만나게 해 소통을 시작하는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익숙해진 그 인물들로 시즌2를 끌고 나가는데, 홈즈 시리즈 전편을 완전히 산산분해, 그리고 딱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와 정말 근사하게 조립해서 코난도일의 홈즈를 가지고 완전히 새로운 셜록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디 코난도일은 홈즈 시리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꿈은 신춘문예 당선;; 소위 순수문학의 열정을 태우는 작가였는데 심심풀이 땅콩으로 썼던 홈즈가 의외의 대박을 맞으면서, 인기가 높아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가만보니 홈즈가 도일 자신보다 더 인기가 많아, 질투............했다기 보다는, 여하튼 자신은 큰뜻을 품은 문학을 써야 하는데 홈즈에 발목이 잡혔다고 생각해서 늘 불만이었다고. 그래서 그런지 몇몇 에피소드는 자기복제적인 이야기도 있고, 꼼꼼하게 타임테이블을 따져보면 앞뒤가 안맞는 부분도 있고, 좀 허술하다. 완역본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홈즈와 왓슨의 에피소드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차차 진행된 것이 아니라,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때그때 짤막하게 발표된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나중에 그걸 묶어서 책으로 내다보니 더 그렇다.
그런데 21세기 셜록에서는 도일이 흩뿌린 남양진주와 담수진주를 골라내어, 최고로 좋은 진주만을 선별, 제대로 꿸 뿐만 아니라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아이템, 바로크 진주까지 추가,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니 이 어찌 반하지 않을쏘냐.
그래서인가, 2화 '바스커빌의 하운드s'를 보면서, 낄낄대다가 어느 결엔가 무심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달까.
시즌2의 각 에피소드 제목을 보고, 음, 3화 제목이 원래 도일이 작정했던 홈즈 시리즈의 엔딩 제목인지라, 움찔. 에이, 그래도 그렇지, 설마 하면서 시즌2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근사하게 뽑아내는 걸 보니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
미국 드라마가 판타지를 추구한다면, 영국 드라마는 리얼리티다.
코난도일은 과거 홈즈를 제거한 경력이 있다(팬들의 성화에 부활시키기는 했지만 정말 싫어했다고 한다).
원작에서 정말 에센스 오브 에센스만 뽑아서 셜로키언에게 길이 남을 명작을 셜록왓슨스럽게 뽑아내고 있는데... 아놔, 제작진을 믿을 수가 없구나.
그저 희망을 하나 건다면, 금융위기, 국제적 정세 불안의 시대 속에서, 2012년 신년을 맞이하여 1월1일부터 영국에서 방영된 온가족 홈드라마 셜록, 천년을 누려온 홈즈의 버킹검궁에 버금가는 위세를 (고작 작품성 따위를 위해) 감히 신년 벽두부터 꺾어버리고 영국 국민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지는 않겠지... 월급도 오르지 않아, 날씨도 별로 안좋아, 나라 경제 및 가세는 날로 기울어 그저 낙이라고는 재미있는 드라마 보는 영국 및 전세계 민초들의 여린 마음을 꺾지는 않겠지... 하고 믿어보는 수밖에 ㅋㅋ
그리고 아직 셜록에겐 의뢰하지 못한 사건이 남아있단 말이다. 빨간머리 연맹이라든가, 글로리아 스콧호, 춤추는 사람 그림, 악마의 발 등등 말이다.
2012.01.10
+ 이 포스팅의 진정한 의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매거진의 sherlock을 선점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훗, 이제 브런치의 sherlock은 나의 것이다 +_+
음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