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쓸모를 스스로에게 증명하라
사람은 자신의 쓸모를 자신에게 증명할 때 행복이 시작된다.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며 흰머리 하나를 뽑아도, 삐뚤어진 신발 한 짝을 반듯하게 놓아도 '내가 무엇을 했다.'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보다 내가 알고 내가 만족해야 한다.
내 입에 초콜릿을 하나 까서 넣으면 찰나에 달콤하고 말지만, 아끼는 사람 입에 초콜릿을 하나 까서 넣어 주면 뿌듯함이 따라온다.
어제는 부추전을 태웠지만 오늘은 바삭하게 잘 구웠다면 그조차 행복의 시작, 뿌듯함이 된다.
매일매일 행복할 순 없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애써 볼 수는 있다. 어디선가 본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은 이랬다.
첫 번째는 '자기 주도성'이다.
자기 삶의 주인공은 자기여야 한다.
내 인생의 핸들은 내가 잡아야만 가고 싶은 데로 갈 수 있다.
당장 먹고 싶은 컵라면 하나 내 선택으로 먹는 것이, 원치 않을 때 진수성찬을 먹는 것보다 행복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두 번째는 '개선된다는 느낌'이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는 착각이라도 있어야 사람은 살맛이 난다.
막연한 희망 말고, 진짜 내 안의 성장이 느껴질 때 오는 쾌감이야말로 씨앗이라도 보이는 희망이 된다.
세 번째는 '연결성'이다.
사람은 고립되어서는 살 수가 없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덕분에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어떤 관계 속에서 비로소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 완성된다.
심지어는 '나'와 '나'의 연결성도 필요하다.
내가 나를 좋아하고 나를 붙들고 있어야 남에게도 애정을 줄 수 있다.
한주의 시작 월요일인데,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했다는 생각에 내가 조금 미워졌다.
나 자신에게 물었다.
계획도 없고 열정도 없고 성과도 없어?
미니멀라이프 책은 계속 읽으면서 우리 집은 왜 맥시멀이야?
옷정리는? 냉장고정리는? 책장정리는?
내게 주어진 시간, 여유를 이렇게 쓰는 게 맞아?
나는 미루기 대장이다.
연락을 미루다 보니, 인간관계가 미니멀해졌다.
정리를 미루다 보니, 집과 머릿속은 맥시멀해졌다.
내 노력으로 인간관계도 다시 회복할 수 있고, 집도 마음먹으면 미니멀해질 수 있는데 안 하고 있다.
나 자신을 팔짱 끼고 못마땅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자기 전에 하루를 되돌아봤다. 오늘 했던 것, 되어 있던 것은 무엇인가?
남편 출근, 애들 등교준비
큰딸 라이딩
힐링요가
밀키트로 쭈꾸미소면 해 먹기
이불 포함 빨래 두 번
낮잠 자기
작은딸 반겨주고 알리오올리오 만들어 주고 야자 보내기
막내딸 참치야채죽 만들어 주고 학원 보내기
계란 삶아 간식 주기
아들 수료식 준비 겸 생필품 인터넷쇼핑
책 반권 읽기
설거지랑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남편 마중 겸 산책하기
남편과 과일 챙겨 먹기
착한 여자 부세미 보기
브런치 글 읽고 댓글 달기
아이 데려오기
오늘 뭐 했어? 아무것도 안 했어.
안 심심해? 혼자 잘 놀아.
남편을 박장대소하게 하는 농담이지만, 가끔 자조적이다.
하루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 최소한의 것들은 했다.
자기 주도성, 내 의지로 무언가를 하긴 했다.
운동과 요리는 나와 가족들의 건강을 챙기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더 부지런히 하고 싶은 두 가지이다.
책이랑 브런치 글을 읽고 느끼는 바가 있었으니, 생각이 한 스푼 개선되었다는 느낌도 받았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독서는 더 깊이 있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결성, 내가 제일 아쉬워하면서도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브런치 작가님들께는 라이킷도 누르고, 댓글도 잘 달면서, 왜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인색할까?
'잘 지내고 있어?', '네 소식이 궁금했어.' 이 한 마디를 자꾸 미루고 있다.
가족들과의 연결만으로 바쁘다는 것은 핑계다.
목소리를 듣고 싶고 소식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다름 아닌 내가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한 명씩 노크해 봐야겠다. 당장 수능을 앞둔 지인들부터.
나의 쓸모를 나에게 증명하는 하루를 살고 싶다.
미루기는 이제 그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가볍게,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고 볼 일이다.
행복은 그 누구도 아닌 내손에, 내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을.
산책 중 행복의 찰나, '노랑나비' 숨은 그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