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수수께끼

봄 제철 채소 이름 맞추기

by 이디뜨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다.

"발뤠이 좋아하나?"

"네? 발레이요?"

"어. 밭에 발뤠이가 많이 보이던데, 좋아하나?"

"발레이. 그게 뭐지요 어머님?"

"모르겠다. 발뤠이가 사투리제? 발뤠이를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 간장에 담가 먹는 거 봄에 나는 거."

"간장에 담가 먹는 거... 무슨 장아찌 종류일까요(웃음)?"

"아니. 발뤠이(웃음)."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이쪽저쪽에서 웃음이 터졌다.

나는 나대로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어이없어서 웃고, 어머님은 어머님대로 며느리가 웃으니까 덩달아 웃으시는 듯했다.

챙겨 주시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전달이 안 되니 답답하셨을 것이다.

뜻을 알 수 없는 단어 하나 때문에 순식간에 어색함이 깨진 어머님과의 통화.

'아! 누가 통역 좀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잠시, 수수께끼 풀듯 정답을 찾고자 질문을 이어갔다.

"간장에 담가 먹는 거. 풋마늘이나 마늘쫑일까요?

"마늘쫑 말고. 봄에 된장에도 넣어먹는 거. 안 보이더니 밭에 쑥쑥 자란 게 보이네. 발뤠이 좋아하나?"

된장에 넣어먹는 거라는 힌트에 생각난 것은 냉이와 달래였다. 여전히 발뤠이와는 연결 짓지 못한 채.

"아아아! 냉이, 아니 달래요?"

"어어 그래 그거. 알겠다. 일단 알았다."

전화 뚝!




어머님의 푸근함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내 마음에도 새싹이 돋아났다.

이 순간만큼은 마음이 들판처럼 탁 트였다.

잡초이면, 들꽃이면 어떠랴.

"거 너희 좋아하는 거." 하고 내미시면, 잠시 받아 유리병에 꽂아두어도 그림이 될 것 같았다.


며칠 뒤 부산에서 배달되어 온 스티로폼 박스를 열자, 신문지에 고이 싸인 발뤠이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쪽파만큼 튼실하고, 대파 잔뿌리만큼 씩씩하게 자란, 굵직한 '달래'였다.

봄이면 마트 야채코너에 어김없이 모습을 보이는 제철채소.

뽀얀 색깔의 방울 모양에 잔뿌리가 쏙쏙 나 있고, 가느다란 초록잎이 실파 같기도 부추 같기도 한 달래였다.

봄마다 최소 한 번은 사 먹곤 했던 달래. 올해는 어머님 덕분에 밭에서 직접 따신 달래를 먹는 행운이 찾아왔다.


어머님과 전화를 끊고라도 '발뤠이'가 무슨 단어의 방언인지, 제미나이에라도 물어볼 것을.

달래 택배를 받고 나서야 '달래'의 방언을 찾아보았다.

달래의 각 지역 방언은 정말 다양했다.

부산, 경남 쪽 방언은

'달레이', '달롱게', '달롱개', '달래이' 등이었다.

통화가 끝날 때까지 '달'을 '발'로 알아들은 내 귀가 잘못이었다.

'발뤠이'에서 '발'을 '달'로만 알아들었어도, '달뤠이', '달레이', '달래이'를 거쳐 '달래'를 유추해 낼 수 있었을까?

달래의 방언에는 동글동글한 뿌리를 닮은 'ㄹ' 소리가 가득했다.

'달래가 이렇게도 귀여운 봄 제철 채소였네?'




신문지에 싸인 튼실한 달래를 꺼내어 흐르는 물에 뿌리까지 깨끗하게 씻었다.

밭에서 캐자마자 흙을 털어내고 깨끗하게 다듬어 보내신 것이 확실했다. 누렇게 시든 부분 하나 없이 싱싱했지만, 택배로 오는 동안 적잖이 마른 달래에 물을 뿌리자, 비 맞은 상추처럼 이내 싱싱함이 살아났다

방울처럼 동그란 뿌리 부분은 칼등으로 콩 하고 두드려 으깨듯 눌러서 총총 썰었다.

쪽파나 대파, 부추를 썰 때는 맡을 수 없는 봄의 향내가 도마와 칼에, 내 손에 번져갔다.

달콤한 향을 더하기 위해 양파도 조금 썰고, 양조간장, 고춧가루, 통깨, 맛술, 매실액, 참기름을 넣고 달래양념장을 완성했다.

조미김보다는 마른김을 불에 그을려 간장에 싸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봄내 가득한 달래간장에 김을 싸 먹을 생각에 침이 고였다.

내친김에 두부도 지글지글 부쳐 구운 김, 달래간장과 함께 상에 냈다.

특별한 디저트 이름 같은 '발뤠이'의 실체, 어머님 텃밭에서 온 달래로 만든 달래간장과 구운 김, 두부부침과 함께 먹는 봄 밥상을 '발뤠이 정식'이라고 부를까?

올해 봄은 어머님의 리듬 가득 '발뤠이', 아니 '달래'의 발음과 향긋한 맛으로 기억될 것 같다.

어머님 텃밭에서 온 튼실한 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