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끝 그리고 또 다른 시작

by 김현임



‘아무 생각 없이’란 얼마나 매혹적인 말이던가.

나는 정말 여행 내내 아무런 잡념 없이 오롯이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이것이야 말로 여행지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머릿속이 빽빽이 들어찬 도시의 누군가에게는 이 문장이 얼마나 사치스럽고도 행복한 것인지 절감할 수 있으리라. 떠나 온 곳을 잠시 잊고 낯선 여행지에 흠뻑 취하는 순간.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이만한 선택은 없었으리라는 것을 한국땅에 도착해 일주일여가 흘러서야 나는 떠올렸다.


한국으로 떠나는 새벽 비행기를 기다리며 나는 그 순간까지도 내가 공항에서 카운트다운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새벽 12시 30분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면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임에도, 내게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이었던 것이다. 차마 여기까지는 내 상상력이 미처 닿지 못했다.

이토록 드라마틱한 새해 인사라니. 나와 여행 파트너들은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순간 ‘5, 4, 3…’ 카운트다운을 듣기 시작했고 그렇게 수완나품 공항에서 직원들과 첫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해피 뉴이어!’ 첫 해외여행의 마지막 순간은 새해인사로 비로소 완벽하게 막을 내렸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세먼지로 짙은 회색 하늘이 나를 반긴다. 말도 안 돼, 다섯 시간 전만 하더라도 높고 짙푸른 하늘과 나를 둘러싼 총천연색 도시가 있었는데. 도착하는 순간부터 앙다문 입술은 나의 속상함을 대변했다. 이렇게 한동안 나는 태국을, 방콕을 앓았다. 또 언제 떠날 수 있을는지 기약 없는 설렘을 가슴속에 품은 채.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 뒤 곧 홍콩 여행을 준비하게 될 줄은 이때 까지만 해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2016년의 2월의 마지막 주, 나는 홍콩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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