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면 반드시 알아야할 출판 상식(3)
몇 년 전에 청소년 분야 책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곳에서 이런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토론 책을 시리즈로 제작 중인데 문학편 원고가 그대로 출간하기 어려울 정도라 원고 전체적으로 리라이팅을 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원고는 있지만
질이 매우 떨어지거나
출판사에서 원하는
방향이 아닌 경우,
있는 원고를 최대한 활용하여
전체적으로 원고를 다시
작성하는 작업을 말한다.
그 시리즈는 분야별로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집필을 맡아 진행하는 책이었는데 문학편 원고를 읽어보니 정말 리라이팅을 거치지 않으면 출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약 한 달 정도의 기간을 두고 원고는 내 손을 거쳐 재탄생되었고, 당시 담당자는 ‘그동안 이 원고를 핸들링해 줄 에디터를 찾기가 어려워서 출간이 미뤄졌었는데 이렇게 실물 책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정성스럽게 쓴 손 편지와 책을 보내왔다.
또 자비출판을 위해 원고를 썼는데 아무리 봐도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작가의 의뢰도 있었다.
자비출판사에서는 맞춤법 외에는 봐주지 않고, 이대로 출간하자니 마음에 걸려서 한번 전체적으로 원고를 수정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분의 원고 역시 몇 주의 시간을 들여 윤문 작업을 진행했고, 다행히도 결과물에 만족해 하셔서 이후 출간까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보통 출판사 소속 에디터 1명은 한 달에 평균 1권 정도 책 출간 작업을 진행한다.
원고 핸들링 외에도 출판사 내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출판사 소속 에디터는 사실 원고 교정, 교열 정도(맞춤법, 띄어쓰기 확인)만 해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원고를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주는 윤문이나 아예 처음 원고 작성부터 관여하는 대필의 경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출판사에서 일일이 잡고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외주 에디터에게 맡겨 처리할 수밖에 없다.

작가가 출간 계약을 하고 나면 계약서에 완전원고 전달에 관련된 조항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에서 바로 출간 진행을
할 수 있는 상태의 원고를 말하며
작가는 출판사에 이 완전원고를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에 비해 완전원고의 질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타가 있거나 문장 호응이 맞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확인도 없이 버젓이 쓰는가 하면 남의 글을 그대로 베끼거나 책으로 내기 민망할 정도의 저품질 글이 넘쳐난다.
스스로 사유하여 나온 글은 단 한 줄도 없고 어디선가 본 듯한 글들만 가져다 붙여넣기 한 글, 너무 자기 감정에 빠져서 정제되지 않은 채 날것 그대로 표현되어 민망함은 읽는 자의 몫인 글, 정작 글을 쓴 본인은 그렇게 살지 못하면서 독자들에게만 이래라 저래라 듣기 싫은 훈계 글을 늘어놓거나 자기계발서에 흔히 등장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만 나열되어 있는 글 등 다양하다.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글에 대해 고민하고
애정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단순히 분량을 채우는 것을 넘어서서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더 읽기 좋은 글로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에서 글은 더 깊어지고 좋아진다.
또한 북에디터라면 누구나 작가로서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원고를 자유자재로 다듬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획인데 원고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일을 북에디터가 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