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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실생활자 김편집 Oct 16. 2015

#12 상사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이 아픕니다

[상사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이 아픕니다




남자는 욕심을 가져보려고도 했다. 독하게 마음먹고 이즘에서 외면하면 저 여자는 결코 나를 잊지 못하리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인간의 미련과 안타까움은 때로 영원한 사랑으로 오인되어 상대를 그리움 완전체로 만들어 주기도 하지. 한때 자신을 떠났던 여자가 괘씸했던 남자는 여자의 가슴에 씻기지 않을 그리움을 심어줄까 생각해본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말자. 뭐 그리 악착같을 필요 있나? 남자는 생각했다. 편하게 살자고. 보고 싶으면 보고, 편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다 보면 못 보던 것 안 보이던 것도 보일 테고 또 그러다 보면 별 특별함 없는 일상의 모습으로 시시해지는 그런 날이 오겠지. 조금의 씁쓸함은 있겠지만, 그게 전부인.


일상인 듯 되풀이되면 어느 때쯤엔 모든 게 시들해질, 아무것도 아닌, 그저 그런 무언가가 되어 있으리라. 좀 쓸쓸하더라도 그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며 남자는 창밖으로 무덤덤한 시선을 두었다.


“나는 이제 좀 시시해지기로 했어.”


이윽고 담담히 말하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씁쓸히 웃었다. 시시해지겠다는 결심은 결국, 남자에게 가장 큰 상처로 남을 걸 여자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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