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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실생활자 김편집 Sep 03. 2015

#03 드림캐쳐

ⓒkimeungyoung


악몽을 걸러주어 좋은 꿈을 꾸게 해준다는 드림캐쳐dreamcatcher! 

드라마나 영화에서 회자되어 얼핏 이야기야 들었지만, 사실 평소엔 청계광장에서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장터의 관광상품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보통날 무심히 스쳐지나 가는 사물인데 어느 날 문득 새삼스레 눈에 와 닿고 마음이 끌리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씩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에겐 이 드림캐쳐의 경우가 그랬다.


주말 밤의 청계광장을 지나칠 무렵, 주렁주렁 드림캐쳐와 팬플룻이 한가득 걸린 부스를 지나고 있었다. 스치듯 지나는 데 유난히 눈에 쏙 들어와 마음에까지 꽂힌 드림캐쳐 하나. 요리조리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았더니 함께 걷던 친구가 무서운  꿈꾸지 말고 좋은 꿈만 꾸라고 선물이라며 선뜻  내민다. 


계산을 치르는 동안 혹 뭔가 인디언식의 다른 이름이 있나 싶어 웃음이 선한 인디언 아저씨에게 여쭤봤지만... 인디언 아저씨는 연신 친절한 웃음을 띄고는  "드림캐쳐"라고만 되풀이. 그럼 이건 only "드림캐쳐"인 걸로~!^^;;

  

드림캐쳐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전설에서 비롯된 수제 장식품이다. 침대 머리맡에 걸어두면 좋은 꿈을 꾸게 해준다고 하니 참으로 기특한 물건이지 않은가. 전통 드림캐쳐는 버드나무로 만든다는데 거미집 모양의 성긴 그물, 깃털, 구슬 등의 신성한 소품으로 장식된다. 


둥근 원 안의 거미줄은 악몽을 잡아주는 그물이고, 그물에 매달아 놓은 원석 구슬은 그물에 걸린 악몽을 상징하는데 악몽은 새벽의 햇빛을 받으면 이슬이 되어 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드림캐쳐에 관련된 전설을 찾다 보니 몇 가지 다른 종류의 설로 나뉘었다.

위험에 처한 거미를 구한 인디언들에게 거미가 보답의 의미로 드림캐쳐를 주었다는 이야기. 또는 땅과 아이를 보살펴주고 부족의 번영을 기원해주는 거미 형상을 한 여인 Asibikaashi의 보호를 받기 위해 아이들의 침대 위에 걸어 두기 시작한데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


인디언 부족에 따라서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있기도 했다. "좋은 꿈만 인간에게 스미고 악몽은 그물에 걸려 아침햇살에 사라진다"고 하기도 하고, "악몽은 모두 그물 사이로 통과해 사라지고 좋은 꿈은 그물에 걸려 아래에 달린 깃털로 내려와 사람에게 스며든다"고 하기도 한다. 


원 안의 그물에 끼여진 원석이 좋은 꿈을 상징하는 것인지 나쁜 꿈을 상징하는 것인지 차이가 있긴 하지만 결국 드림캐쳐는 좋은 꿈을 꾸게 해준다는 거!


드림캐쳐에 어떤 원석이나 깃털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의미하는 뜻도 달라진다고 한다. 자수정을 매달면 '건강'을 의미하고, 터키석을 매달면 '행운'을 의미한다깃털은 원래 인디언 전통방식으로는 주로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여성용은 현명함을 뜻하는 올빼미 깃털, 남성용은 용기를 뜻하는 독수리 깃털을 사용한다.


집에 가져와 침대 머리맡에 달아두고 보니 뭔가 모르게 뿌듯하다.

언뜻언뜻 바람에 폴폴 날리는 깃털이 오늘 밤 꿈을 살살 어루만져 주리라. 괜히 맘이 설렜다. 







연초록으로 빛나는 풍경은 부서지는 햇살과 함께 찬연히 빛나고 있는데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보드라운 금발은 어깨를 지나 침대 아래로 흐르고 살짝 복숭아빛으로 상기된 볼과 허리춤에 힘없이 늘어진 손끝은 나른하다. 다정한 수다를 나누다 어느 순간 노곤해졌을까. 어느새 오수에 빠져 든 미녀들의 오후가 평화롭다. 아흠~ 실로 잠을 부르는 그림. 

 John Maler Collier, The Sleeping Beauty,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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