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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 Feb 11. 2021

1-8) 내가 널 알아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몇 번의 같은 피드백을 줘도 나아지지 않는 팀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후배는 내가 자신의 직책이었을 때에는 이런 코칭도, 이런 팀원도 잘 이끌어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답해야 하는 내가 부담스럽게 덧붙였다. 며칠 전 코칭을 준비하는 후배에게 코칭을 할 때는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그 후기가 이런 질문으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다시 답해야 했다. 


 “코칭이라는 것은 좋은 책과 같아서 읽느냐 읽지 않느냐 또는 어떻게 읽느냐, 어떻게 풀어가느냐 모두 결국 독자에게 달려있어. 너의 코칭이 제 아무리 완벽하다 한들 그걸 받아들이는 그릇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지. 너를 보면 알 수 있잖아. 내가 코칭을 잘해서가 아니라, 네가 그만큼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야. 코칭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네가 원하는 스타일로, 속도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잠시 두고 꾸준히 지켜봐 줘.”


그리고 덧붙였다. 


 “네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내 코칭 덕분이 아니야. 네가 잘해서 그런 거야. 앞으로도 넌 잘 해낼 거라 믿어.” 


 후배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데 집중을 하니 미처 전해주지 못한 이야기가 많았다. 짧은 통화로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후배에게 다시 이야기해주려 이 글을 쓴다. 


 내가 코칭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코칭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가 아니라 그 사람을 어떻게 잘 이해할까를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사람을 잘 이해하면 그 뒤는 답안지를 보고 베껴 쓰는 시험이나 다름없다. 


 가려운 곳을 먼저 알아주고 긁어주는 사람이 그에 맞는 답을 줄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생 목표가 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회사 내에서 원하는 목표들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승진을, 어떤 이는 길고 오래가는 것을, 어떤 이는 직접적인 보상을, 어떤 이는 칭찬과 격려를, 어떤 이는 위로를, 어떤 이는 그저 가만히 지켜봐 주는 것을 원하기도 한다. 가끔 모두가 다 긴급한 승진을 바라는 것처럼 착각할 때가 있는데, 이것은 모든 사람을 한 바구니에 담기 위해 가장 먼 목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직장 내에서 코칭을 위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직장 내에서 바라는 것들을 먼저 알아야 한다. 


 어떻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렇게 외향적이지 않다. 제아무리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내향적일 때가 있는 법이니, 가급적 모든 이들이 내향적인 태도를 취할 때를 염두에 두고 가까워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동료들이 원하는 것을 듣거나 보거나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먼저 가까워지려는 노력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겉핥기식으로 터득할 것이 아니라 매우 작고 소소한 것에서부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럴 때에는 코치의 예민한 면이, 다른 말로 섬세한 면이 빛을 발한다. 작은 말투의 변화, 혹은 말수의 변화, 분위기 등을 알아차리면 다른 사람들의 상황에 관심을 둘 기회가 많아진다. 이 부분에서는 멀티태스킹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보통 팀원들의 수가 다수이기 때문에 동시에 다수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오래 보고 깊이 보아야 한 사람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 


 다음 단계는 바로 그 사람에게 나를 알게 하는 것이다. 나를 알게 해야 한다. 그러니 가급적 그 ‘나’라는 것이 좋은 인간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내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것, 상대방에게 충분한 관심이 있고 그 관심이 나아가 조력으로 이어질 의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 언제든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있다는 것, 그리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들이 미리 ‘나’에게 갖춰져 있어야 하는 소양과도 같다. 나에 대한 이런 믿음이 있으면 우선 기본은 갖춰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


  코치도 사람인지라, 그리고 무엇보다 성장하는 코치라면 실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이해심이 필요하다. 나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불킥할 만큼의 많은 실수와 잘못들이 있었다. 나의 팀원들, 나의 동료들은 나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많이, 정말 많이 나를 이해해주었다. 내 진심이 통했다고 믿는 이유다. 진정으로 서로를 아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가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그 소중한 인연들을 위해 내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고심하면 그 마음이 도로 그 인연들에게 전해진다. 아름다운 교감이다. 


 결국 우리는 최종적으로 코칭을 받는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에 맞춰 우리가 그들에게 바라는 바와 함께 항해해 나갈 곳의 접점을 맞출 수 있다. 보통 코칭을 해주는 사람들은 자신의 노하우를 강요하게 될 때가 많다. 이런 경우 스타일이 맞지 않는 팀원과는 지속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알았다면, 그들에게 맞는 솔루션도 고민해봐야 하며, 이 과정을 통해 코치도 성장하게 된다. 


 나는 이 선행되어야 하는 과정들이 잘 다져진 사람들과 오래도록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나에게, 나는 그들에게 가끔은 의지가 되어주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 회사 내에서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고, 현재도 이런 과정에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늘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진심을 다해 ‘덕분이야’라고. 이런 선행과정을 미처 잘 마무리하지 못한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차이를 보인다. 그런 인연들은 아쉬움과 후회로 남게 된다. 


 결국 어떤 소중한 인연을 만들었느냐에 따라 코칭의 성패가 갈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완벽한' 코치가 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를 이끌어준 것은 '완벽한' 코치도, 선생님도, 어버이도 아닌 '따뜻하고 인간적인 정감이 있는' 코치, 선생님, 어버이 혹은 어떤 어른이 아니었을까. 


 나의 후배가, 그리고 앞으로의 내가 다시 한번 되새겨 넣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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