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는 박봉이라던데... 야근도 많다던데...
차라리 편의점 알바를 하는 건 어떠세요...?
올해로 7년차에 들어선 출판편집자가 되었다.
7년차라는 게, 어느 사회인이 보면 꼬꼬마 같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꽤 무거운 숫자로 다가온다.
"holy... 뭐든 금방 싫증내고 마는 내가 같은 일을 만 6년 꽉 채워서 하다니...?"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나는 파주(출판사들이 모여 있다) 쪽으로는 밥 숟가락도 안 놓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 직업을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네 저는 제 직업을(눈물) 정말 사랑하고요(목이 멘다), 이만큼 뿌듯한(울컥) 직업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제기랄)."
...처럼 수많은 괄호를 열고 닫아야만 사랑 고백을 할 수 있지만 말이다. 저 괄호들에는 차마 너무 길어서 넣을 수 없는 사연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흘린 눈물만 모아도 밥은 충분히 말아 먹고 누룽지도 끓여 먹지 않을까?
자꾸만 '밥'에 비유를 하는 건 책을 짓는 일이 결국 밥을 짓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은 먹고 사는 일,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책은 예술이고, 책은 문화고, 책은 순수하며, 책은 모두에게 평등한 자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디 감히 책값이 올라...!! 떼잇!!'...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지 모르겠다. 책값이 오르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그건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아무튼 책을 팔아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책 뒤에 있다...)
출판사도 돈을 벌어야 직원들 월급을 주는데, 출판으로 돈 벌기가 쉽지 않다. (아마 책을 한 권이라도 내본 작가라면 알 것이다.) 출판은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 가장 매출이 높은 출판사를 뽑아서 다른 시장에 들이밀면 아마 그 매출이 얼마나 귀여울지, 상상만 해도 러블리하고 앙증맞다.(갸루피스!) 그래서 출판사에는 대기업이 없다. 모두 중소기업이거나, 5인 미만이거나... 뭐 그런 거다.
시장이 작고, 책 읽는 인구는 점점 줄어드니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자꾸 나온다. 선배들은 '출판은 단군 이래 사양산업이 아닌 적이 없었다'며 농담을 한다. 상황이 이러니 기본 연봉도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건 낮아도 너무 낮잖아요?
"연봉은 2000이에요. 그래도 다른 회사 경력이 좀 있어서 높게 책정했습니다."
"네...?"
처음 출판사에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을 때 들은 한마디에 나는 기절초풍할 뻔했다.
그런데 왜 그 연봉을 받아들였냐고? 카드값이 급했다. 아무튼 입사하고 보니, 내가 받는 연봉이 흔하게 널린 게 출판계였다. (지금은 연봉이 조금 올랐겠지? 제발 그러길 바라본다.) 게다가 야근은 또 어찌나 많은지... 출판은 모든 게 '출간 일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출간 일정을 중심으로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목표 매출을 계산한다. 그래서 편집자는 늘 마감에 시달린다. 마감을 맞추지 못하면 틀어지는 계획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편집자가 마감을 맞추는 방법은 대개 비슷하다. 자신을 갈아넣는 것... 다른 작업자들의 시간을 확보하고 내 시간을 줄여서, 그 안에 댕빡시게 작업을 하는 것. 내가 본 대부분의 선배님들이 그랬다.
(다른 작업자들이란 누구냐고? 이걸 설명하자면 편집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그건 다음글에서...)
그래서 편집자의 연봉은 작고 소중하며 앙증맞고, 야근은 최종 보스 드라곤처럼 늘 피할 수 없이 다가온다. 이쯤되면 난... 마법소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박봉과 야근과 일정과 싸우며 책을 지키는 마법소녀..! (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그냥 찌든 직장인이다.)
연봉과 야근의 비율에 따라, 차라리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편이 훨씬 돈을 많이 버는 길이 될 수 있다. (편의점을 예로 든 건, 최저시급을 적용하는 대표적인 알바여서다.) 근데, 왜 편의점 알바 안 하고 출판편집자 하냐고?
거기엔 다 이유가 있다.
그게 뭐냐면... 앞으로의 글에서 계속 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