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떫은 나이

감 잡으슈

by 편집실의 편지함


곧 서른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나이.

참으로 떫은 나이.

달콤한 이십 대의 향이 가시고, 씁쓸하다기엔 이른 나이.


취향이 고착되고, 나의 것들(물건, 사람, 일련번호 등)이 생기기 시작하는 나이


스물다섯 살은 취향이라기엔 아직 ‘남의 것’ 같은 것투성이였지.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먹고 마시고 사고 잘 맞지 않는 구두를 종일 신고, 한 겨울에 코트, 미니스커트, 스타킹.

십 대 때 좋아하던 패션이 낡아 빠져 보이고, 촌스러워 보였지.


무엇이 더 좋냐 묻는다면,

적어도 나를 지킬 수 있는 내가 된 여덟.

떫은 인생이 좋다.


2026, 첫 게시 글.

작가의 이전글그거 하면 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