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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e Park Jul 11. 2018

00. 이거, 왜 좋아요? prologue

취향이 담긴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취향이 담긴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하기


나는 '급' 구매하길 좋아하는 소비자다. 내 취향의 물건을 발견하면, 홀딱 반해서 그자리에서 바로 사버린다. 그때는 내 배고픈 재정상태가 아른거리지 않는다. 일단 사고 걱정한다. 그렇게 해서 몇년간 모은 물건들은 무서울 정도로 일관적이다. 바로, 삶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인터뷰집. 그리고 고유한 패턴이 새겨져있는 다양한 물건들. 이런 시간이 쌓여 모인 다양한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취향은 물건뿐만이 아니다. 내가 자주 가는 사이트나 SNS, 편안하게 느끼는 장소. 즐겨보는 드라마나 웹툰. 어디서 매력을 느꼈는지, 어떻게 소비하는지. 팬레터를 쓰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이유"를 세세하게 적으려고 한다.

@JOH company (내가 애정하는 잡지, 매거진B. 잡지가 너무 좋아 관련 짧은 기사도 썼었다.)
몰입은 사랑을 비이성적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비이성적일 때 떠지는 눈이 있습니다. 가성비로만 움직이지 않는 마음이 있죠. 마케터가 어떤 브랜드에 애정을 가지면 그 '애정'이 특별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브랜드는 개성이 있고 개성은 비교를 어렵게 하거든요. 저절로 소비자의 마음이 되는 거죠. 그리고 자신이 담당하는 브랜드 또한 '누군가가 애정할 만한 존재'라는 걸 인식하게 됩니다.

<마케터 __ 의 일> 장인성




갑자기, 왜?


이유 하나.  '그냥 좋아'라고 말하기 싫어서

'이게 왜 좋은데?' 라고 물어보면 그냥 좋다고 말하기 싫어서. 취향으로 물들여지기 이전에 무언가를 오래 들여다 보거나, 자꾸 보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지나가는 광고나 공간이든. 예전엔 '글쎄, 그냥 좋은데. 따로 이유가 필요한가?' 하고 넘겼다. 디자인이든, 광고든, 노래든. 왜 좋은지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피곤하니까.


물론, 콘텐츠를 일시적으로 소비할 사람이라면 그렇게 행동해도 괜찮은데, 난 콘텐츠를 기획해나가는 사람인데 그렇게 쓰-윽 보고 지나가도 괜찮을까 싶었다. 분명히 기획자는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기획했을텐데, 과연 한문장으로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말일까. 마침 읽던 책도 <마케터_의 일>이었는데 내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그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경험할 때, 대상을 관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상을 관찰하는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데까지 가야 합니다. 소비하면서 동시에 관찰자로, 자아를 30%쯤 떼어서 유체이탈한 기분으로 나를 관찰합니다. 제삼자 입장에서 관찰하고 기록해두는 거예요, 마음속에. 내가 무엇에 시선을 돌렸는지, 그냥 지나치는 광고와 한 번 더 보게 되는 광고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참 들여다보고는 왜 안 샀는지, 콜라보 한정판 상품을 비싼 줄 알면서도 산 이야가 뭔지, 오늘은 어떤 일에 분노했는지, 어떤 포스팅을 공유했는지, 그 이유는 뭐였는지. (중략)
대상에 대해서도 쓰지만, 대상을 보고 느끼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씁니다. 쓰면서 정리하고, 읽으면서 얻습니다.

<마케터 __ 의 일> 장인성


이유 둘.  취향을 만드는 경험, 진하게 기억하고 싶어서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내 취향이 담긴 것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 내 생각이 오롯이 담긴 진짜 이야기. 가성비보다, 반할만한 요소가 있다면 한번 사보는게 소비 버릇이고 그런 경험들이 모여 취향이 생겨났다. 나만의 취향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기분이 좋아졌던 그 경험을 기억으로만 흘리기는 아쉬웠다. 나에게 만족감을 줬던 경험 소비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콘텐츠나 장소를 경험하며, 느낀 애정어린 생각을 여기에 남기고자 한다. '재밌잖아.' 이렇게 한줄로 끝나는 이유말고, 듬뿍 듬뿍 애정을 담아 세심하게 말하는 이야기.    




이렇게 써내려가기


나만의 취향 리스트를 공유하려고 한다. 디테일한 이유와 함께. 여러개 훑어보니, 참 취향이 한결같았다. 이유는 각각 다르긴 했지만. 그 좋았던 경험을 차근차근 살펴보며, 왜 내가 즐겨찾을 수밖에 없는지 하나하나 기록하려 한다. 처음 봤을 때 어디에 시선이 머물렀고, 왜 그랬는지. 무엇이 편했는지. 왜 이렇게 구성했을지. 기획자의 시선으로, 소비자의 시선으로 두루두루 보며 고민하고 글쓰려한다. 계속 발길이 가는 서점, 구독하며 꼭 챙겨보는 웹툰, 사용하기 편하고 좋아 자꾸만 손이 가게 되는 물건들. 내가 살아가는 작은 방식을 조잘 조잘 풀어야겠다. 그럼 또 다른 연결점으로 이어지겠지. 좋은 공간의 기억을 진하게 각인시키는 조수용 대표처럼, 나 또한 좋은 경험을 생각으로만 끝마치지 않도록.


저는 공간을 기획할 때 제가 좋았던 경험을 떠올려요. 굉장히 좋았던 공간을 한참동안 지켜보면서 어떻게 구성했는지 살피고, 정확히 각인시켜요. 이 방법이 좋은 기획에 유리하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카카오앱을 기획할 때도 제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요. '어떨 때 기분좋았지?' 라고 질문해요. 저를 포함해서, 서비스를 쓰는 사람이 어떤 느낌을 쾌적하게 느꼈을까? 라고 말하면서 끄집어내요.

<BCAST, TSYTAYA> JOH 조수용대표


이번주, 내 머릿속을 진하게 각인시키고 있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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