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간과하는 사소한 것들
'과한 설명'과 관련해 앞 글에 이어 좀 더 써 본다.
당신의 글은 사진이 아니다.
상황이 진행되면 당연히 작품 내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어떤 액션을 취하고 있다.
즉, 당신이 설명하지 않아도 움직이고 있단 뜻이다.
하지만 당신은 앞서 등장인물이 선행했던 행동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을 꽤나 불안해한다.
그래서 등장인물의 행동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알려주고 싶어 한다.
상황을 가정해 보자.
'A는 B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고, 그 사이에 C가 찾아와 소란을 피운다.'
이걸 임의로 풀어 써 보자면 아래와 같다.
A는 B와 커피를 마시다 B의 머리 너머로 C가 오는 것을 보고는 멈칫했다. C가 B의 머리채를 잡을 것을 직감한 A는 1) 들고 있던 커피잔을 2) 내려놓음과 3)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4) B를 보호하며 C를 말렸다. B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장면의 묘사를 이제 '쪼잔하게' 지적해 보자.
첫 문장은 지적은 가능하지만 굳이 못 쓰게 할 것도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1) A는 이미 커피를 마시는 중이라 언급했으므로 커피잔을 들고 있다고 다시 말할 필요는 없다.
2) 커피잔으로 C를 후려칠 게 아닌 이상, A가 C를 말리고자 한다면 커피잔을 내려놓을 건 당연한 수순이다.
3) 커피잔을 내려놓는 것과 일어서는 것이 꼭 동시에 일어날 필요는 없다. 굳이 하자면 커피잔을 내려놓는 게 먼저가 되겠지만, 2)와 같은 이유로 애초에 필요 없는 설명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
4) 이 상황에선 B를 보호하는 액션과 C를 말리는 액션이 별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쪽만 언급해도 충분하단 뜻이다.
당신이 당신의 몸을 관절 단위, 세포 단위로 움직이는 걸 의식하지 않듯이 당신의 등장인물 역시도 순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걸 굳이 하나하나 언급해서 가독성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물론 당신이 원한다면 저 모든 것을 살릴 순 있다.
다만 문장을 바꿔야 한다.
A는 B와 커피를 마시다 B의 머리 너머로 C가 오는 것을 보고는 멈칫했다. C가 B의 머리채를 잡을 것을 직감한 A는 거칠게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곧장 C의 앞에 서서 그의 손을 막았다. B는 A의 등 뒤에서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모든 걸 설명하고 싶다면 문장도 잘게 나눠야 한다.
당신이 명문가가 아닌 이상, 혹은 한 문장 앞에 최대한 많은 묘사를 담으란 미션을 받은 게 아닌 이상 말이다.
정말 생각보다 많은 작가들이 이 '동시에 행해지는 것들'을 묘사하는 것에 압박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미 상황을 대강 이해하고 보고 있으니 애써 다 알려주려 할 필요 없다.
글은 사진이 아니다.
그 상황의 초점에 맞춰 그 부분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