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획자 에딧쓴 Feb 04. 2022

인스타그램 공유 이벤트의 무용함

#맛집 #사리추가 #음료수제공 그러나 효과는..?

여기 적힌 해시태그로 인스타그램 업로드해주시면 라면사리 서비스드려요~


라면사리, 음료수, 감자튀김. 인스타그램 공유 이벤트의 대가로 익숙해진 탓일까, 이제는 제 값을 주고 먹으면 괜히 아까운 듯한 기분마저 들기도 한다. 이제 맛집 공유 이벤트는 유행이 다 한 듯 하지만, 최근에는 스토리 공유 이벤트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스토리 공유 이벤트는 대부분 추첨의 형태로 이루어지기에, 당첨운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한동안 넘쳐나는 이벤트성(무의미한) 스토리를 넘기느라 고역을 치러야 했다.


인스타그램을 필두로 하는 SNS 공유 이벤트의 효과는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토록 유행할 수 있었을까. 경험 디자인의 관점에서 이 이벤트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1. 이벤트 참여자

이벤트 '참여자'. 이들은 명백한 경험의 참여자다. 맛집을 찾아 식사를 하러 왔거나, 평소 좋아하던 브랜드의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다가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안내를 발견했다. 이들이 자신의 계정에 주최자가 원하는 사진을 게시한다. 그 목적은 이벤트의 리워드(라면사리, 어떠한 경품의 추첨권)를 받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대가로 2천 원가량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혹은 경품 추첨을 기다린다. 이벤트가 끝난 뒤, 자신이 올렸던 게시글을 다시 본다. 자랑하고 싶었던 사진이었던가? 그 가게에 방문했던 흔적은 소화된 라면 사리와 함께 피드에서 사라져 버린다. 인스타 스토리라면 알아서 사라질 테니, 조금 부담은 덜 하다. 공유된 콘텐츠와 함께 사라진 것이 있다. 참여자의 기억이다. 이벤트 경험은 참여자에게 라면사리 이상의 의미를 남겨주지 못했다.


2. 이벤트 목격자

아마도 이벤트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우연히 지인의 피드를 통해 새로운 맛집, 새로운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단순히 '인지'하게 되었다.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내가 직접 방문해볼 만큼 맛있는 집일까? 친구가 적어놓은 해시태그를 보니 음료수를 받기 위해 올린 게시글인 것 같다. '음료수 공짜로 먹으니 맛있냐?ㅋㅋ'하고 댓글을 단다. 이벤트 종료 후, 게시글과 함께 댓글은 사라졌고 기억도 마찬가지다. 스토리 이벤트의 경우는 더욱 상황이 좋지 못하다. 이벤트 경품에 관심이 없는 경우 해당 스토리는 정크(junk)에 불과하다.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스토리는 넘어가고, 심지어 불쾌한 정서를 남긴다. 경품에 관심이 있다면 자신의 피드에 스토리를 공유하여 참여할 수도 있다. 이들의 관심사는 '경품'이었다. 브랜드 인지는 자동 삭제되는 스토리와 함께 사라져 버린다.


3. 이벤트 주최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가게, 우리 브랜드에 대해 알리고 싶다.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개최한다. 늘어나는 게시글, 공유 횟수, 참여자의 수를 통해 이벤트의 성과를 가늠해본다. 이벤트를 위해 지출한 금액은 홍보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라면사리 값, 에어팟 값으로 무려 이만큼의 게시글을 유도했다. 광고비 대비 콘텐츠 발행량이 훌륭한 것 같다. 그러나 투자금 대비 매출은 얼마나 증가했을까? 뚜렷한 상승은 보이지 않는다. 당장의 구매전환으로 이어지는 이벤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했을 테니, 장기적인 관점의 광고비용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근데, 참여자들은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이벤트 참여자는 라면사리를 위한 게시글에 얼마만큼의 정성을 쏟을까? 24시간 뒤면 없어질 스토리는? 해당 콘텐츠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잠시간 온라인 상에 브랜드 관련 콘텐츠가 늘어날 수는 있다. 이것을 브랜드 인지도의 상승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지난 글을 통해 경험 디자인에서는 목적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했었다.(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주는 백화점) 위 경험에서 목적을 달성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 아마도 라면사리를 받은 참여자가 유일할 것이다. 그 목적 달성을 훌륭한 경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사진은 자발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장면이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내가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일 수도,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장면일 수도 있다. 이벤트 참여를 위한 게시글은 이미 라면사리라는 대가를 지급받았다. 라면사리의 지급으로 거래가 끝난 것이다. SNS 공유 이벤트가 무의미한 이유는 SNS 공유를 대가로 무엇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리워드가 없으면 이벤트는 성립할 수 없지만, 리워드가 존재함으로써 게시글 업로드의 거래는 종료되고 만다. 그것에는 어떠한 애정도, 소중한 기억도 존재하지 않는다.

(관련 글: 커피를 파는 척하는 스타벅스)


이벤트 진행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보자.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알았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자. 더 명백해진 이벤트의 목적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면 좋겠다.'이다. 단순히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알리는 것이 목표라면 노이즈 마케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보고 싶은, 사용해보고 싶은, 나아가 관계를 맺고 싶은 브랜드가 되는 것은 예쁜 사진을 남기는 것 이상의 경험이다. 예쁜 포토존은 넘쳐난다. 그러나, 반드시 그곳이어야만 하는 곳은 줄을 서서라도 사진을 찍게 만든다. 그리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기 바쁘다. 그런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발행된 게시글만이 유의미한 공유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게시글은 목격자에게도 강렬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진정한 목적 달성은 참여자에게 진정성 있는 감동, 훌륭한 경험을 선사할 때 달성할 수 있다.


배를 만들고자 한다면,
사람들로 하여금 나무를 모으게 하지 말라.
역할을 분담하여 일을 지시하지도 말라.
대신, 스스로 갈망하고 동경하게 하라.

끝없이 넓고 광활한 바다를.

- 생텍쥐페리




위 글은 책 <당신의 경험을 사겠습니다>의 초고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을 수 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 책으로 나오게 된 과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