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글레터

어제도 숏폼 보다 잠들었다면?

by 유수진

저는 매주 한 편의 글을 쓰고, 한 권의 책을 읽습니다.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 '주말에는 한 편의 글을 쓴다'라는 알고리즘(?)이 몸에 설계된 덕분에 회사를 다니면서도 비교적 수월하게 해내고 있죠. 퇴근 후 어떠한 일을 하고 싶은데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습관의 힘'을 이용해야 합니다. 오늘의 일글레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일을 쉽게 하는 방법, 습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IMG_9819.JPG 책을 가지고 다니는 습관 → 책 읽기가 쉬워진다


식사 후 양치하고 싶어지는 이유


여러분은 어떤 치약을 쓰시나요? 제 주변에는 입안이 얼얼해질 만큼 강력한 치약을 쓰는 분이 있습니다. 꼭 그 치약을 써야 이를 제대로 닦았다는 기분이 든다나 뭐라나.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치약에 포함된 시원하고 얼얼한 느낌을 주는 물질이 양치 효과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요. 처음 치약을 만들 때, 사람들에게 양치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상쾌한 느낌을 주는 물질을 추가했다고 해요. 우리는 식사를 한 뒤 입안의 찝찝함을 없애고 상쾌함을 느끼기 위해 곧바로 양치를 하게 됩니다.


만약 치약에 시원하고 개운한 느낌을 주는 물질이 없어도 전 세계인들이 매일 식사 후 양치를 할 수 있을까요? 아마 지금만큼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건강을 위해 양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양치를 하기 전과 후의 즉각적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양치를 하기가 무척 귀찮아질 테니까요. 즉, 어떠한 목표를 비교적 쉽게 이루려면 나에게 즉각적인 보상을 줌으로써 자동적으로 몸이 움직여지게 만드는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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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보상과 가짜 보상 구분하기


회사에 다니면서 매주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런데 저에게는 못할 만큼 힘든 일도 아닙니다. 이미 약 10년에 걸쳐 습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죠. 주말이 되면 몸이 저절로 노트북 앞에 가서 앉고, 출근길 지하철에 올라타면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책을 꺼내 책을 읽습니다. 그렇게 해야겠다고 힘을 들여 '생각'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자동화' 되어 있습니다.


주말마다 창작의 고통을 느끼고, 아침 출근길에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일이 보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고통을 즐기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글을 쓰는 멋진 시간을 보내고, 책을 읽으면서 (책으로 주변 환경을 차단하고)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 것은 도저히 끊을 수 없는 행복감을 줍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쌓인 결과물들이 주는 뿌듯함은 확실한 '진짜 보상'이죠.


반면 저에게는 잠들기 전 30분 혹은 그 이상 숏폼을 보는 습관도 있습니다. 자동 로그인이 되어 있고, 앱을 켜자마자 추천 숏폼이 뜨니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숏폼을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왜 시간을 죽여가며 남의 사생활을 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숏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깊은 감정을 느끼는 것도 힘들 만큼 피곤한 하루의 끝에, 감정을 쏟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보며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다음날 아침이 되면, 저에게 남는 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허무함이에요. 즉각적인 보상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은 사례죠. 아무렇게나 잘라 붙이고 이어 만든 영상들, 의미도 없는 누군가의 몇 초짜리 순간들을 보며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즐거움'이라는 가면을 쓴 가짜 보상입니다. 그 점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이 습관에서 완전하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그것이 습관의 심리를 잘 이용해낸 숏폼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겠죠.


어떠한 일을 비교적 쉽게 이루고 싶다면 습관을 이용하세요. 몸이 저절로 움직이도록 자동화해두면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새롭게 마음을 먹어야 하는' 짐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습관은 한 번 자리 잡으면 고치기 힘들다는 습성 때문에 좋은 습관에게는 큰 강점으로, 나쁜 습관에게는 중독으로 작용됩니다. 따라서 진짜 보상과 가짜 보상을 명확히 구분하여, 가짜 보상에 속아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합니다.


요즘 저는 숏폼을 시청하는 습관을 끊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숏폼 시청하지 않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영어교육앱 스픽 앱으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앱을 켜고 싶을 땐 스픽 앱을 켜고, 매일 도장 깨기 하듯 한 챕터씩 공부를 하죠. 개인적으로 '감정소모'가 되지 않는다는 점,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용돼 의외로 재미가 있다는 점에서 숏폼을 보는 것과 거의 동일한 즉각적인 보상을 느끼더라고요. 게다가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니,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밀어낸 괜찮은 방법이죠?


일글레 발행인 유수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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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글레는 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9년차 회사원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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