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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Oct 19. 2024

한 달간 매일 스레드에 글을 올린 뒤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지난 레터 중 <2쇄는 어떻게 찍어요?>라는 글을 읽으신 한 독자님께서 피드백을 보내주셨어요.


"SNS를 활용, 팬층을 늘려보는 건 어떨까요? 인스타는 사진 위주이고 X는 온갖 잡설이 많은 터라 저는 스레드를 추천합니다."


'스레드(thread)'는 작년 7월에 '메타'에서 출시한 SNS로, 월 1.7억 명이 사용할 정도로 급부상했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을 기반으로 소통하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과 달리, '텍스트'를 기반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한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따라서 위 독자 분의 조언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소질이 없는 저에게 딱 맞는 조언이었죠.


사실 그전에도 스레드에 한두 번 들어가 보긴 했지만, 적극 활용해 볼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위 조언을 듣고 문득 이런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9월 한 달간 매일 스레드에 글을 올려보자고. SNS 마케팅에 대한 회의감이 들던 차였지만, 동시에 스레드라는 세계가 궁금해졌거든요.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딱 하루를 제외하고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기존 인스타그램과 연동되어 있던 팔로워 68명이, 9월 30일 마지막 글을 올릴 때 328명이 되었습니다. 독자님의 조언 덕분에 총 260명의 팔로워를 획득한 거죠! 


한 달간 매일 스레드에 글을 올리면서 스레드의 세계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오늘은 그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하는데요. 어쩌면 여러분도 오늘부터 스레드의 세계에 푹 빠질지도?



1. 터무니없는 자랑 글은 그만!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보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성공을 누리며 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한강이 보이는 집, 외제차, 명품 가방, 화려한 인맥 등을 자랑하는 사진과 영상이 가득하죠. 반면 스레드에는 유독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면접에서 떨어졌거나, 장사가 망했거나, 애인과 헤어졌거나, 병을 앓고 있어 힘들다는 글이 많이 보이죠. 왜 유독 스레드엔 실패 이야기가 많을까요?


저는 눈으로 보이는 것들의 이면 속에 숨겨진 감정이 스레드라는 세계를 통해 꺼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비싼 와인을 마시고 있는 사진만 보면 남들 눈에는 성공한 삶처럼 보이겠지만, 어쩌면 혼자 쓸쓸한 시간을 보내며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죠. 이미지나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우리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오직 '글'을 통해서 말이죠. 신기한 것은 실패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반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겪었던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진심으로 위로하고 응원하죠. '좋은 것만 보며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알고 보면 힘든 이에게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정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스레드를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스레드에 행복하고 귀여운 글도 많습니다. 자신의 동네 근처 맛집을 소개하기도 하고, 끄적끄적 낙서처럼 그린 그림을 자랑하기도 하고, 함께 영어 공부할 사람을 찾기도 하죠. 확실히 아직까지는 다른 SNS들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는 자랑 글은 적은 편입니다. 스레드가 이러한 소소한 행복을 공유하고 솔직한 감정을 터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계속 유지된다면 진짜 SNS의 순기능이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2. 무례하지 않은 반말 문화 


처음엔 모두가 반말로 글을 쓰는 것이 의아했는데요. 그게 스레드의 '룰'인 듯했습니다. 항상 존댓말로만 글을 써왔기 때문에 다소 어색했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 그런데 이거 하다 보니 꽤 재미있었습니다. 친구한테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기도 하고, 처음 접한 사람과도 더 편안하게 소통을 할 수 있었죠. 


예의 있는 소통은 비단 존댓말을 쓰느냐 반말을 쓰느냐로 결정되는 건 아닌 듯합니다. 상대방이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상한 적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때로는 진심 어린 다정한 반말이 격식을 갖춘 존댓말보다 더 힘이 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면접에서 떨어져 속상하다는 이의 글에는 '힘내!', '더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 거야!'와 같은 응원의 댓글이 200여 개가 달렸고, 카페를 하고 있지만 손님이 없어서 걱정이라는 이의 글에는 '오늘 그 근처 가는데 커피 마시러 들를게!'와 같은 댓글이 달리며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실제 세계로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다른 SNS에서는 누군가의 콘텐츠에 댓글을 달아본 적이 많지 않은데 스레드에선 서스름없이 댓글을 남기곤 했습니다. 아마도 반말 문화가 소통의 허들을 낮춘 게 아닌가 싶어(?). 


3. 글을 업로드 한 뒤 수정 가능한 시간 15분 제한 


스레드에 글을 올리고 몇 분 후 글을 수정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수정' 기능이 사라지고 없었어요. 알고 보니 스레드에선 글을 올리고 5분 이내에 수정하도록 제한되어 있었던 겁니다. 지금은 15분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스레드는 왜 글을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할 걸까요?


한 팔로워 분께서는 글이 알고리즘을 타고 좋은 반응을 일으켰을 때 광고성 글로 바꾸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다는 의견을 주셨는데요. 일리가 있는 의견입니다. 스레드가 이러한 제한을 만든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제한으로 인해 사람들은 글을 올리기 전에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일글레는 발송한 뒤 수정이 불가하고, 보도자료는 기자에게 전달된 뒤 수정이 불가합니다. 이 점이 저를 때때로 부담스럽게 하지만, 이러한 제한이 없다면 더 신중하게 글을 쓰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 쓰는 연습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러한 제한을 활용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완벽히 자유로운 환경보다 몇 가지 제한이 있는 환경이 인간을 더 크게 성장시키기도 하니까요. 


백문이 불여일견. 스레드의 세계가 궁금하신가요? 스레드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콘텐츠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입니다. 일글레 구독 하시면 매주 수요일마다 이메일로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일글레는 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회사원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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