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블랙핑크 '로제'의 노래 'APT'가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 100' 최고순위 2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최고순위 8위를 차지하며 나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K팝 여가수로서는 신기록인데요. 한국의 술게임에서 시작된 '아파트 아파트~'를 반복하는 구절이 온 지구를 들썩이게 만들었고,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무려 4억 회를 넘어섰습니다. 아마도 APT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로제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한 가수였을 겁니다. 그는 바로 세계적인 팝 가수 '브루노 마스'이니까요.
로제는 'Z100 New York'에 출연해 브루노 마스와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었던 비하인드를 공개했는데요. 브루노 마스의 팬이었던 로제는 브루노 마스의 서울 공연에 가게 되었고 그 후 그에게 더 푹 빠져버려 1년 내내 그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그러다 한 레이블과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브루노 마스와 계약을 한 곳이었죠. 로제는 99%의 확률로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며 레이블 관계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 브루노 마스의 팬이에요. 그가 저와 협업을 하고 싶어 할까요?"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브루노 마스는 로제에게 '노래 3곡을 보내보라'는 제안을 합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기회가 찾아온 것이죠. 물론 로제가 겸손하게 표현을 했겠지만, 그녀에게 브루노 마스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래서 더욱 그녀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졌죠.
여러분은 99%의 확률로 일어나지 않을 일을 제안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99% 일어나지 않을 일을 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제안까지 해야 한다면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고 무시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지극히 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가 딱 한 번, 1%의 확률에 기대어 제안을 해본 적이 있다면 첫 책을 출간하기 위해 프로필과 원고를 출판사에 보낼 때였습니다. 출간 경험도 없고, 3년 차밖에 안 된 직장인의 책을 뭘 믿고 세상에 내줄까 싶었죠. 그런데 정말 믿기 어렵게도 한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희미하기만 했던 1%의 확률이 100%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어요.
99%의 확률로 일어나지 않을 일.
1%의 확률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
같은 확률이지만, 당시 저는 출간이라는 기회가 99%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1%의 확률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결정은 상대방의 몫. 그렇다면 확률이 낮은 제안, 즉 나에게 실제로 일어났을 때 엄청나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제안을 하는 것이 나로서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큰 게임이라고 생각했죠. 어쩌면 로제도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이 99%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 동시에, 1%의 가능성을 엿보지 않았을까요?
거절을 당한다면 잠깐의 창피함 정도는 감수해야겠지만, 세상에 감수하는 마음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할 일, 내 평생 나를 가장 두근거리게 만드는 일은 99%의 확률로 일어날 일이 아닌 99%의 확률로 일어나지 않을 일 속에 숨어 있으니까요. 1%에 뛰어들어보는 경험만이 기존의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전 세계인들이 Aprtment가 아닌, 또박또박 '아파트'를 외치는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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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글레는 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회사원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