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연봉 4억 받는 직업, 스토리텔러

by 유수진
50429_3166845_1768100933578504314.png 출처 : 월스트리트 저널

월스트리트 저널의 <Companies Are Desperately Seeking 'Storytellers'> 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기업들이 연봉 27만 4천 달러(약 3.9억 원)를 내걸며 너도나도 찾는 직무가 있다고 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당연히 '개발자'라고 예상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 직무는 바로 '스토리텔러'입니다. 실제로 링크드인 채용 공고도 2배 급증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가 뭘까요?


AI가 1초 만에 뚝딱 글을 써주는 시대이지만, 그러한 글을 신뢰하는 소비자는 없습니다. 단순히 우리 제품, 우리 서비스가 최고라고 말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는 더 이상 없습니다. 즉, 기업들이 스토리텔러를 찾는 이유는 앞으로 미래의 기업 가치가 '누가 더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졌는가'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이네요. 얼떨결에 제가 IT기업에서 PR과 콘텐츠마케팅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 직무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었습니다. 보도자료를 내야 한다고 해서 보도자료를 냈고 기자를 만나야 한다고 해서 만났어요. 그런데 그것 말고는 딱히 저에게 일을 주는 사람이 없어서 난감했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내가 이야기를 찾고, 만들어 내야 하는구나!


그때부터 이야기를 다루는 제 눈빛이 어딘가 달라졌습니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회사에 새로운 이야기가 없는지 찾아다녔고, 내부에서 다룰 만한 이야기가 없으면 밖으로 나가 인터뷰이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본 기자 분들이 직접 회사로 찾아오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똑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해 전달할지 고민하며 카드뉴스, 영상, 오프라인 행사까지 스토리텔로서의 제 업무 영역도 점점 더 넓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토리텔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스토리텔러는 단순히 글을 쓰고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찾고, 만들고, 이어서, 그야말로 회사의 서사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회사 안에서 스토리텔러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무방'한 사람이라는 시선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마케터로 일했을 때는 '나도 개발자 교육을 받아서 개발자로 전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 마음속 깊은 한구석에서 변하지 않는, 이상하리만치 분명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이 일은 스토리텔러 말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분명히 스토리텔러가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일을 하면 할수록 그 자신감은 강해졌어요. 스토리텔링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센스가 필요하고, 그 센스는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가 스토리텔링의 몇 가지 예시를 보여드리곤 하는데요. '누구나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라면 아무 생각도 안 들 것 같아요. 기억 속에 남지도 않겠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니까요. 대신,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국어 5등급을 받던 학생에서 3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되었습니다'라고. 이건 오직 제 경험에 기반해서만 나올 수 있는 문구예요. 사람들은 생각할 겁니다. '어떻게 국어 5등급이 책을 출간할 수 있었을까?', '국어 5등급도 책을 출간했다면 나도 책을 출간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 더더욱 끌릴 수밖에 없게 될 거예요.


좋은 스토리텔러는 시험 점수나 자격증이나 스펙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 이야기의 씨앗을 발견하는 관찰력, 관찰하는 것을 넘어 경험하는 용기,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유머와 센스가 필요합니다. 스토리텔러의 시대에 같이 발을 딛고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참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스토리텔러가 되길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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