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은호와 정원은 고향 가는 버스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고 연인으로 발전해 뜨겁게 사랑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결국 헤어진 뒤 10년 만에 우연히 비행기에서 재회합니다. 은호가 정원에게 묻습니다. "만약 그때 내가 ~했다면,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을까?"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과거 회상 장면을 컬러로, 현재를 흑백으로 처리한 것인데요. 보통 영화에서 회상하는 장면을 흑백으로 처리하는 것과는 반대된 연출입니다. 삶은 넉넉해졌지만 어딘가 텅 빈 것 같은 현재, 가난하고 초라했어도 찬란하게 사랑했던 과거를 대비해 보여줌으로써, 마치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당신의 컬러 세상은 언제였는지를 묻는 것 같았어요.
저는 후회라는 감정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치부해 왔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과 돌이킬 수도 없는 일에 대해 후회하는 것은 바보같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사실, 제가 후회에 잘 빠져드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지나간 일을 여러 번 복기하며 자책하기도 하고, 스스로 용서가 될 때까지 자책을 멈추지 않는 편이거든요.
20대가 끝날 무렵 20대를 더 재미있게, 더 도전적으로 살지 못했던 걸 후회했어요. 도전보다는 안전을, 변화보다는 유지를, 돈을 버는 것보다는 아끼는 것에 더 집중했고, 그러다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다양성이 많지 않았어요. 저는 그게 몹시 후회스러웠고, 너무 늦게 깨달은 제가 바보같이 느껴졌어요.
반면 저의 30대는 20대 때에 비하면 훨씬 더 도전적이고 다양한 경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으로 나가 활동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고, 모임에 나가 내 바운더리 바깥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국내 여행만큼이나 해외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이전과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선 불편함을 무릅쓸 용기가 필요한데, 다름 아닌 '후회'라는 감정이 저에게 용기를 준 겁니다. 다시 똑같은 후회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의 작은 불편함을 무릅쓰는 게 낫다는 것을 지난 경험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때론 10년 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질문하는 것보다 10년 뒤 가장 후회하고 싶지 않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저는 앞으로 10년 뒤 주변 사람들을 챙기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작은 선물이라도 챙기려 노력하고, 한 번이라도 더 연락을 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때 은호가 ~했다면, 두 사람이 헤어지지 않았을까요?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저는 왠지 후회를 안고 살아온 은호가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만 같습니다. 후회가 과거를 바꿀 수는 없어도, 현재를 바꿀 수는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