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태기에 빠진 책 중독자의 고백

by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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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책 권태기에 빠져 있습니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도서관에 가도 한 권의 책도 고르지 못하고 돌아오곤 했죠. 그러던 중,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벽면에 적힌 '책 중독 테스트'를 발견했습니다. 총 10가지 문항 중에서 아주 정확히 들어맞진 않아도 절반에 해당하더군요. 이 테스트를 하면서 책 중독 여부를 확인한다기보다는 지금 나와 책의 관계를 살펴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어요. 나와 책의 관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이 1년 동안 읽는 책이 평균 2.4권이라고 해요. 내가 요즘 점점 책을 읽지 않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아래 10가지 문항을 체크하며 나와 독서의 관계를 한번 살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모르고 같은 책을 두 번 산 적이 있다.

✅ '모르고'는 아니고 알면서 책을 두 번 산 적은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너무 좋으면 주변 사람에게도 선물을 해주고 싶거든요. 나름 책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인지 같은 책을 두 번 사는 일이 그리 흔하진 않았는데요. 기준치를 조금 낮춰서 주변에 책 선물을 자주 해봐야겠습니다.


2. 시작하기도 전에 읽기를 포기한 책이 있다.

✅ 너무 많아서 탈인 것 같은데요. 큰맘 먹고 '뇌과학'과 같은 주제의 책을 골랐다가 펼쳐보지도 못한 적이 많습니다. 읽기 힘든 책을 읽어야 비로소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의 크기도 넓어진다고 믿기에, 너무 쉬운 책만 읽기보다는 읽기 힘든 책도 꼭꼭 씹어 읽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3. 표지디자인이 좋다는 이유로 책을 산 적이 있다.

❌ 오직 디자인 때문에 책을 산 적은 없습니다만, 디자인이 예뻐서 책을 사고 싶은 유혹에는 자주 빠집니다. 최근에는 문예진 작가님의 <완벽보다는 완결>이라는 책의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요. 디자인 때문에 책을 사진 않지만, 디자인에 이끌려 좋은 책을 만나게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책을 펼쳐 잉크와 종이 냄새를 들이마시면 안정이 된다.

✅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책 냄새도 한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새 책을 판매하는 서점보다는 오래된 책을 판매하는 중고서점이나 도서관의 향기를 더 좋아합니다. 꼭 책을 구매하거나 빌려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좋은 향기를 맡으러 간다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5. 단지 할인한다는 이유로 책을 산 적이 있다.

요즘 저는 중고서점에 푹 빠졌는데요. 모든 책이 할인된 가격이니 중고서점에 갈 때마다 지르고 싶은 마음을 참기가 힘듭니다. 왠지 할인된 가격이니까 더 부담 없이 책을 사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이번 주말에는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30% 저렴한 가격에 데려왔습니다.


6. 갑자기 잘 모르는 주제에 깊이 흥미를 느끼고 책을 여섯 권 이상 산 적이 있다.

❌ 어느 정도 책 편식이 있는 타입이라 갑자기 잘 모르는 주제의 책을 깊이 파고들어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느끼는 것은, 나와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주제의 책을 읽어야 나의 세계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제 목표 중의 하나도 미술, 과학, 소설과 같이 자주 접해오지 않았던 분야의 책을 더 많이 읽는 것입니다.


7. 가족의 눈을 피해 책을 들여오기 위해 근사하고 엉큼한 계획을 짠 적이 있다.

꼭 '가족'이 아닌 '누군가'라고 가정한다면, 저는 가끔씩 북커버를 사용합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들키고 싶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특히 너무 직관적인 제목(ex. 부자 되는 법)이 대문짝만 하게 디자인된 책을 읽을 때에는 북커버가 아주 유용합니다.


8. 집에 손님이 와서 하는 첫마디가 대개 당신의 책에 대한 언급이다.

❌ 집에 책이 많아야 손님의 눈에 띌 텐데, 집에 책이 많지는 않습니다. 집에 책을 놔둘 공간이 많지도 않거니와 읽지 않는 책을 많이 구비해 두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다만, 제 집에 손님이 왔을 때든 누군가의 집에 제가 방문했을 때든, 책으로 첫마디를 열어보는 것도 좋은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9. 침대 옆에 적어도 대여섯 권의 책을 놓아둔다.

❌ 저는 병렬 독서보다는 한 권의 책에 집중하는 편이기 때문에 침대 옆에 대여섯 권의 책을 놓아둘 일은 없습니다. 다만, 침대 옆에 책을 두고 자기 전에 숏폼보다는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10. 책방 직원이 찾지 못하는 책을 당신이 찾아낸 적이 있다.

책방 직원 분들은 대부분(거의 무조건) 저보다 책을 잘 찾으십니다.




이 콘텐츠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터'입니다. 일글레터는 마케터이자 책 <처음 쓰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특강>,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를 출간한 유수진 작가가 보내드립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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