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브런치 제안하기를 통해 메일 한 통을 받았다. 강동구평생학습관에서 글쓰기를 주제로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브런치 제안하기를 통해 몇 차례 제안을 받아봤지만, 실제 협업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진행 여부나 속도가 빠르고 명확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영상 촬영으로 진행한다는 것. 아, 이걸 어쩌나. 나는 (다른 사람이 찍어주는) 사진이나 영상 촬영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셀카를 찍는 건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이 나를 향해 카메라를 들기만 하면 표정과 온몸이 얼어붙는다. 물론 사진보다 영상이 더 심하고.
멀찍이 잡힌 촬영 일정이 다행스러우면서도 심란스러웠다. 소셜 살롱 문토에서 세 시즌 동안 <글까짓거>라는 글쓰기 모임을 진행해본 경험은 있지만, 글쓰기 교육을 영상으로 촬영해본 경험은 없었다. 낯선 사람과 대면으로 만나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는 것은 온라인을 통해 글쓰기 관련 교육 영상을 듣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 에세이는 결국 한 사람의 생각과 경험의 산출물인데, 그 생각과 경험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옆에서 듣고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건 단순히 글쓰기의 스킬을 공유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떡하겠는가. 이번엔 비록 얼굴을 대면할 순 없으나 영상으로나마 최대한 수강생 분들이 본인의 생각과 경험을 에세이로 꺼낼 수 있도록 내 사례를 많이X2 전해드릴 수밖에.
또한,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은 '모임'의 성격이 강한 반면, 이번 강동구평생학습관에서 할 것은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에세이 작가에게 배우는 일상 속 글쓰기'라는 주제로 말이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나에게 제안 메일을 보내신 주무관님께 교육 신청자 분들의 연령대를 여쭤보니 30대부터 60대까지 너무나 다양했다. 제가 그분들께, 감히요? 글쓰기 교육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강원국 작가님, 유시민 작가님 등 이미 너무나 훌륭하신 작가님들이 계신다. 나 역시 그분들의 책과 교육 영상을 통해 많이 배웠고, 여전히 그분들의 발밑이라도 따라가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베이비 작가다. 그런데 내가 누군가의 앞에 서서 글쓰기에 대해 말한다면, 그분들보다 단 한 가지라도 잘하는 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음, 그런 게 있을까 싶긴 하지만 무슨 일이든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던데, 있는 자신감 다 털어서 말해보면,
"저는 아주 찌질하고 별 것 아닌 일상 속 경험을 에세이로 만들어내는 데 자신 있습니다"
매일 뒷산에 올라가거나 남들 다 보는 드라마를 보거나 미용실에 갔다가 머리 망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사소하고 작은 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써 내려가느냐에 따라 에세이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아주 큰 사건을 에세이로 쓴 적이 별로 없다. 살면서 큰 사건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에세이 작가다. 아주 크고 대단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만 에세이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총 8회 차로 구성된 강동구평생학습관 온라인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의 주제는 '에세이 작가에게 배우는 일상 속 글쓰기'다. 지난주에 첫 촬영을 하고 왔는데, 카메라를 향해 말하는 일은 생각보다 굉장히 힘이 들었다. 감독님께서 정성을 다해 고개를 끄덕여주셨으나 청중의 표정을 살필 수 없으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파악을 할 수도 없고, 긴장 탓에 나도 모르게 목에 힘을 주어 말을 하다 보니 조금만 말을 해도 목소리가 갈라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든 것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모든 것이 후회돼서 '아! 좀만 더 부드럽게 말할 걸!' 하며 혼자 발을 동동 굴렀다. 이미 지나간 것은 지나간 일. 다음 촬영은 긴장 좀 풀고, 로봇처럼 말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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