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싱 과잉 -자존감이 낮은걸까? 자의식이 높은걸까?

by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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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존감이 낮은걸까요?

오랫동안 꿈꾸던 일을 드디어 하게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많은 공부와 면접을 통과해서 결국 원하는 회사로 이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지 한달쯤 지났는데 생각보다 이 일이 쉽지가 않아요. 점점 마음이 괴로워집니다. 주변에서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습니다. 처음인데 이만하면 정말 잘하고 있다고요. 하지만 그런 말들이 별로 힘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자꾸만 ‘난 왜 이것밖에 못하지?’ 하는 생각이 밀려옵니다. 자존감이 낮아서일까요?


"자의식이 높아서 그럴수도 있어요."


자의식이란 내가 나를 인지하는 능력입니다. 자의식이 강하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건강한 자기반성을 할 수 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를 수정하기도 합니다. 자기발전적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치게 높으면 자기를 보는 기준도 지나치게 높아집니다. 이렇게 자의식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높은 자기기준을 세웁니다.

위의 사례는 자존감이 낮지는 않지만 자의식이 지나치게 높은 분의 이야기입니다. 처음하는 일을 앞두고 걱정과 불안이 앞섰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내가 그 일을 잘 해낼거라고 기대했어요. 나 자신에게 ‘너는 그 일을 잘 해내야만 해’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내 기대에 못 미치는 자신을 보며 ‘도대체 왜 이걸 못 해내는거지?’라면서 자기 자신을 마음에 안 들어합니다. 내가 스스로에게 기대한만큼 잘 못해내고 있는 이 꼴이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겁니다.

*자기기준이 너무 높으면 어느정도의 우울감이 항상 삶에 깔려있을 수 있어요.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기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자기의 갭만큼 우울감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남들이 매번 칭찬하고 인정해줘도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늘 만족감이 없습니다. 혹시 나의 우울의 색깔이 여기에 가깝지 않은지 체크해보세요.


2. 처음부터 잘 하려고 해요. 초보자의 시기를 못 견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초보자의 시기’는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제가 상담사로 수련받을 때의 일화를 얘기해드릴게요. 저도 자의식이 꽤 높습니다. 그때는 내담자를 만날때마다 긴장해서 전날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어요. 상담 전후로 사례를 열심히 공부해도 긴장감은 여전했고 내담자들과 만나는 매 회기가 너무나 큰 일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늘 그것 때문에 괴로워했고 이렇게 긴장하는 저 자신이 싫었어요. 그러다 제가 수퍼비전을 받을때 수퍼바이저에게 이 긴장감을 어떻게하면 낮출지에 대해 여쭤봤어요. 그러자 수퍼바이저께서 말씀하시길 이것이 이 세상 모든 초심상담자가 겪을 수 밖에 없는 일이 아니냐고 하시는거에요. “선생님은 상담이 괴로운 게 아니라 초심자인 것이 괴로운가보오.” 저는 초심상담자의 기간을 금새 뛰어넘고 숙련된 전문가가 ‘당장’ 되고 싶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던 겁니다. 일이 긴장되고 어려운 것은 모든 초심자들이 어쩔 수 없이 겪는 일인데도 말이죠.


3. 뭘 시작하기 어렵거나 금방 그만둡니다.

초보자의 기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과 관련하여 금방 그만두는 행동도 자의식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처음에 계획한 것만큼 이루지 못했을 때 그 일을 쉽게 포기하려 합니다. 처음부터 잘 안되면 ‘아, 이 일은 나랑 안 맞나봐’하면서 우울해지는 일도 있습니다. 내가 뭘 좀 하다가 금방 그만두는 사람이라면 혹시 내가 초보자라는 것 자체를 참지 못하는 건 아닌지 반문해보세요.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잘 하지 못하는 나를 내가 못 견딘다는 것은 교만한 것일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뭘 시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기 어렵기 때문에 잘 할 거 아니라면 아예 안 해버리는 것이죠.


4. 내 힘든 얘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자의식이 지나치게 높으면 내면의 어려운 일은 혼자 다 해결하고 싶어합니다. 내가 잘 적응을 못하고 있는 상황, 내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 내가 일을 잘 못해내는 상황 등 이런 상황에 처한 나를 바깥에 알리는 것 자체가 싫기 때문입니다. 가해자가 무서워서, 일이 너무 버거워서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이딴 허접한 상황에 휘말리다니’, ‘내가 이깟 놈한테 휘둘리다니’, ‘내가 이 간단한 일 하나 처리못해서 허덕이다니’ 이게 이들이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이기 때문이예요. 이러고 있는 내 자신이, 이것밖에 되지 못한 내 자신이, 한 마디로 멋지지 않은 내 자신이 너무 싫기 때문에 외부에 알리지 않고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합니다.


5. 도움을 잘 청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도움도 청하지 않습니다. 친구한테 이런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부모님을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아서, 혹은 이런 나와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알리고 싶어하지 않아요. 친구나 가족들을 믿지 못해서 혹은 그만큼 친밀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정작 이들의 어려움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잘 위로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주변의 위로가 별 도움이 되지 않아요. ‘내가 보는 나’가 제일 중요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 ‘별것도 아닌 상황’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런 걸로 힘들어하는 나를 드러내기가 너무 힘든겁니다.




자의식이 강하면 뭐든 잘 하고 싶어합니다. 더 유능한 사람이 되려하고, 더 삶을 성장시키려고 합니다. 자신을 항상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지요. 정말 좋습니다. 그러나 그 ‘유능’과 ‘성장’의 기준이 너무 높아서 문제입니다. 자신에게 과하게 엄격하고 뭐든지 실수없이 하려고 애쓰는 이유이지요. 다음 글에서는 자의식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들이 삶을 좀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몇 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