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마음은 각자의 몫

by 이도

신혼 가전을 준비하며 엄마와 하이마트에 갔다. 집이 좁아 최대한 부피가 작은 것들로 인터넷에서 알아보고 살까 했지만 구경하는 기분이라도 내자며 마트에 갔다. 마트 입구에서 어떤 종류가 필요한지 묻는 직원의 말에 세탁기, 청소기, 냉장고, 에어컨 등등이라고 답했다. 한층 높아진 목소리의 담당 직원분과 같이 2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전시되어 있는 가전들은 대부분은 큰 용량이었다.

"조금 더 작은 크기는 없어요?" "이게 제일 작은 용량이에요?"

내 질문이 계속될수록 엄마는 말수가 줄었다. 내가 생각해둔 크기나 용량의 제품은 팸플릿 속에서 존재할 뿐 실제로 볼 수 없었다. 그냥 인터넷에서 살걸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 때쯤. 담당 직원분이 조금 쳐진 분위기를 올려보려는 듯 말하셨다.

“아, 따님 독립하시나 봐요.”


나는 '독립은 맞는데 결혼하는 거예요. 신혼집이 좁아서'라는 말을 하려다가 엄마 표정을 보고 그만두었다. 엄마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내가 대답했다.

"아... 네, 뭐."


당시에는 엄마에게 서운한 마음이 컸다. 왜 나보다 엄마의 기분이 나쁜지 이해하지 힘들었다. 엄마 눈치를 보며 독립이 아니라 결혼이라고 말하지 않은 나도 싫었다.

엄마의 로망을 이해한다. 분명히 엄마와 내가 꿈꾸던 것들이 있었다. 팔짱을 끼고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반짝이고 커다란 가전을 비교하고, 인테리어를 고민하고, 가구를 고르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그걸 꿈꾸던 시절에 우리는 같은 형편이었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나와 엄마의 상황은 달라졌다. 하지만 엄마는 우리의 상황이 전과 다르다는 걸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듯했고 나는 엄마가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벌써 2년 전 일이다. 우리는 각자의 마음을 알아서 추슬렀다. 그리고 여전히 그때 이야기가 나오면 각자 자신의 감정이 정당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상대가 기분을 풀어주지 않은 것을 서운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 각자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전보다는 이해한다. 결국 각자의 마음은 각자의 몫이었다.



75734576-EB26-489C-B399-2FCD6BB21616.jpeg 사진 young_beenb



매거진의 이전글장마, 아침까지 마르지 않아 축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