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몇해전 외부에서 수능을 끝낸 고3 학생들이 모여 행사를 치른 적이 있었다. 여러 차례 만나 함께 작업을 였는데 몇번 만나 조금 친해진 탓인지 한 학생이 뜬금없이 물어본다. “선생님! 학교에 차 타고 오면 안되나요?” “차?(속으로 왜 차 타고 오면 안되지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 차 타고 와서 벌점 받았어요.” “차타고 학교안까지 들어와서 벌점 받았어요?”, “아니요, 제가 운전하고 학교 앞까지 와서 벌점 받았어요.”
자신의 학교 선생님이 아니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뭔가 편하게 느껴졌는지 그 학생은 눈을 반짝이며 여러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운전면허증을 따서 법적으로 자신은 운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 법적으로 청소년은 차를 온전히 소유할 수는 없지만 지분으로는 소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사실은 자기가 차를 샀다는 이야기. 법에서 용인한 것을 교칙에서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야기. 선생님은 뭔가 이야기가 통하는 것 같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졸업하기 전까지는 학교 선생님들께는 절대 이야기하지 말라며
자신이 사고 싶은 차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 정말 열심히, 문자 그대로 열심히 돈을 모았고 부모님의 지원 없이 19세에 자동차를 소유한 학생. 학교에서는 벌점도 많고 수업시간에 자주 엎드려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그 학생은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여운이 많이 남았다. 저렇게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저 학생은 후에도 무언가 목표가 생기면 꼭 이룰 수 있는 힘이 있겠구나. 그 학생을 통한 깨달음.
그를 움직인 동력은 자신의 필요였다. 자발성.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 스스로가 동력을 만들었기에 엄청 신이 나서 달려갔다.
사람마다 그 사람을 움직이는 동력은 다르다. 나를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정말 신이 나서 움직일 때가 종종 있다. (고백하자면 나는 자주 신이 나는 편이다.) 정말 말 그대로 전력질주. 일이 많이 생기는 것도 마다않고 달린다. 특히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을 기획할 때 그러했고, 또 학교협동조합을 만들때도 그러했다.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이 그것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 시간의 부족함, 업무의 고됨, 피곤함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를 움직이는 동력, 1번은 재미인 것 같다. 스스로 재미있어야 움직인다. 2번은 의미인 것 같다. 나라는 인간은 의미있는 일에 가치를 많이 두는 사람이기에 내가 움직여서 행하는 일이 학생들에게 교육에 사회에 무언가 도움이 된다고 여길 때 더욱 힘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 한 분은 나를 움직이는 동력은 자존감인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런 재미와 의미를 좇는 일이 결국은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내딛도록 하는 일. 교실에서 만나는 저들이 반짝임을 잃지 않도록 돕는 일. 그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