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느끼는 생존에 관한 마음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면 늘 시장을 거친다.
집으로 귀가하는 동선이기도 하지만 시장 구경을 좋아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인 듯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장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반찬 가게들이 많이 늘었다. 그리고 가게마다 각자의 맛자랑을 하듯 새로운 메뉴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고깃집에서 갑자기 가자미식해와 간장 꽃게장을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옥수수빵, 삶은 옥수수를 판매한 것까지 보았는데 점점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식혜를 좋아하는지라 무의식적으로 포장 판매대 앞에 서 버리고 말았다.
반가운 듯 가게 주인장님이 바로 나오신다. 멋쩍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구매를 해야 하나', '구매하기에는 가격대가 너무 부담스러운데' 속앓이를 시작했다.
식혜, 게장 등에 대해 자랑을 뽐내신다. 그러니 마음이 더 부담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게장을 구매하기로 하고 카드를 건넸다. 그러니 주인장님이 "식혜도 맛있는데, 안 좋아하세요?"라고 한다. "좋아하는데 두 가지를 다 먹을 수는 없어서요.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하고 꽃게장과 카드 영수증을 받아 들고 왔다.
요즘은 어딜 가나 이전과 달리 친절한, 친근한 주인장님들을 만나게 된다.
그 친근함 속에 생존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무엇인가라도 더 팔아야 한다는 비장함이랄까.
경기가 안 좋아 어려움이 많다는 주인장님들은 자주 만났지만 코로나 19 이후에는 그 강도가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다른 가게에서 물건을 하나 구매했는데 가게 주인장님이 어찌나 감사해하던지, 판매를 한 것을 기뻐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소비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기쁨을 줄 수 있구나!
소비를 줄이려 애써왔는데 또 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 아이러니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