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택률과 사용률, 극단적 괴리의 진실
안녕하세요, 에디입니다.
4차 산업혁명, AI 시대. 교육계는 지금 이 거대한 담론 앞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미래 교육'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 선봉에 선 것이 바로 AI디지털교과서(AIDT)입니다. 이 새로운 기술이 교실의 풍경을 바꾸고,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을 제공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이 쏟아졌습니다.
정부는 당초 이 AIDT를 법적 지위를 갖춘 '교과서'로 지정하여 전국적으로 보급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기술적 안정성, 콘텐츠의 질, 그리고 무엇보다 획일적인 하향식 도입 방식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결국 AIDT는 '교과서'의 지위를 잃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교육 자료'로 위상이 격하되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이 '교육 자료'와 관련해 믿기 힘든 수치가 공개되었습니다. 22일 대구교육청 국감에서 주목받은 대구광역시의 AIDT 채택률이 98.9%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전국 나머지 지역의 평균치가 29.5%인 것과 비교하면 가히 압도적인, 그야말로 'AI 교육 선도 도시'의 위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숫자가 던져진 바로 그 자리에서, 김민전 의원은 "AIDT의 높은 채택률에 비해 실제 사용률은 10%대"라는 더 충격적인 진실을 폭로했습니다. 98.9%의 채택과 10%대의 사용. 이 극단적인 괴리는 단순한 행정 착오나 초기 과도기적 혼란이 아닙니다. 이는 '보여주기식 성과'에 매몰되어 현장의 자율성과 교육의 본질을 억누르는 우리 교육 행정의 구조적인 병폐, 그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비극적인 고백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스펙 지상주의'의 역설이 교육 정책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학생들이 '정석 스펙'을 쌓으면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 믿었듯, 교육 당국은 '높은 도입률'이라는 숫자를 쌓으면 '미래 교육 선도'라는 명패를 얻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피땀 흘려 쌓은 스펙이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을 청년들이 목도하듯, 98.9%라는 숫자는 실제 교육의 질을 전혀 보장하지 못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백승아 의원의 지적처럼 이 AIDT가 이미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법적 지위가 변경되었음에도 대구교육청이 "활용을 권장"하고 51억 원을 추가로 편성했다는 사실입니다. 전국적으로 교과서가 되는 데 실패하여 선택적 자료로 밀려난 것을, 대구에서는 5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사실상 의무처럼 채택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는 정책의 목적이 'AI를 통한 교육의 질 제고'가 아니라, 'AIDT 도입' 그 자체였음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내가 이 스펙(도입률)으로 과연 선도 교육청이 될 수 있을까?"라는 행정가들의 강박이 51억 원의 예산을 태워 '98.9%'라는 숫자를 사들인 셈입니다. 그 결과, 정책은 현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사용률 10%대'라는 유령 같은 통계로 떠돌고 있습니다.
이 비현실적인 수치에 대해 백승아 의원은 "교육감의 강제 또는 강요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수치"라고 질타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해 7월부터 AIDT 수업 관련 교원 연수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기 때문에 선생님 대부분이 연수에 참여한 결과"라고 답했습니다.
이 해명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관통합니다. 이는 '강요가 없었다'는 부인이 아니라, '얼마나 정교한 방식으로 압박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실토에 가깝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연수'가 과연 교사들의 자발적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었습니까, 아니면 교육청의 핵심 정책인 AIDT '채택'을 위한 사실상의 동원이었습니까? 98.9%(초·중 100%)라는 결과는 후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습니다. 교육청은 'AI 교육 선도'를 내세우며 학교를 몰아붙였지만, 정작 현장이 겪을 혼란과 비효율은 외면했습니다.
사용률이 10%대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학기 초 가입 절차의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90%에 달하는 교사들이 '가입 절차' 때문에 1년 가까이 AIDT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현장 교사들의 행정 능력과 전문성을 모독하는 변명입니다.
결국 '적극적 연수'라는 명분은 '성과주의'에 매몰된 하향식 행정의 포장지였으며, '가입 절차 문제'라는 변명은 현장과의 철저한 괴리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AI 교육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대구의 98.9% 사례는 이 흐름을 어떻게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 보여주는 최악의 경고 사례입니다. 특히 전국적으로 '교과서'가 되지 못한 '교육 자료'를 특정 지역에서만 100%에 가깝게 채택하도록 밀어붙인 것은, 교육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례로 기록되어야 합니다.
이제 이 실패를 직시하고 근본적인 처방을 내려야 합니다.
먼저, 정책의 성과 지표를 '채택률'이라는 숫자에서 '실질적 사용률'과 '학습 경험의 질'로 전면 수정해야 합니다. 98.9%라는 숫자에 51억 원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그 예산을 10%의 실제 사용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이들의 성공 사례를 발굴하여 확산하는 데 사용해야 했습니다. 강 교육감이 언급한 "현장에서 자기주도 학습이 향상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어떻게 10%를 넘어 50%, 70%로 확산될 수 있을지 현장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교육청의 역할은 '감독자'가 아닌 '조력자'로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일방적인 '권장'과 '보급'이 아니라, 현장 교사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불안정한 시스템을 안정화하며, 다양한 AI 도구를 자유롭게 실험해 볼 수 있는 '샌드박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을 온전히 보장해야 합니다. AIDT를 포함한 모든 '교육 자료'의 최종 선택권은 현장 교사에게 있어야 합니다. 교사들이 '연수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로서 자발적으로 AI 도구를 탐색하고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합니다.
98.9%라는 숫자는 AI 교육 선도의 증거가 아니라, 현장을 불신하고 숫자에 집착한 교육 행정의 '흉터'로 남았습니다. 이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교육 당국이 교실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에디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