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참여'라는 성적표 뒤에서 비명을 지르는 학교

2025년의 한해가 다간 지금, 늘봄학교는 어디쯤에 있을까요?

by 에디

안녕하세요. 에디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는 '늘봄학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025년 11월, 늘봄학교 정책 시행 2년차를 맞은 지금, 정부는 여전히 '성공적 안착'을 자축하고 있습니다.


2024년 3월 첫 시작 당시 74.3% 참여율을 자랑하더니, 2025년에는 초등 1~2학년으로 확대하며 범부처 협업 프로그램 80종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충남교육청은 참여율 81.5%, 학부모 만족도 95.9%를 달성하며 '전국 최고 성과'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그래프 뒤편, 학교 현장의 표정은 참담합니다. 숫자가 가리키는 '양적 성공'과 교사·학부모가 체감하는 '질적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거대한 괴리가 존재합니다. 2년간 축적된 데이터와 해외 사례를 통해 늘봄학교 정책의 민낯을 점검합니다.


숫자 뒤에 숨겨진 지역 격차, 2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2024년 1학기, 서울은 6.3%의 참여율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부산과 전남은 100%였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이 격차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4년 "150개교(25%)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육계의 반발은 여전히 거셉니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국가 돌봄 서비스 접근성이 달라지는 이 기현상은, '교육기회 균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배반합니다. 좋은교사운동이 2024년 9월 실시한 정보공개청구에서 충북교육청은 '정보 부존재'로 응답했고, 충남교육청은 예산이 '미확정' 상태였습니다. 2학기 시범 운영을 시작했는데도 예산 정보조차 없다는 것은 졸속 행정의 증거입니다.


'보호'인가 '방치'인가… 여전히 비디오만 틀고 있다


정부는 80종 프로그램을 자랑하지만, 현장은 다릅니다. 2024년 강사 비율은 외부 강사 80%, 교원 20%였습니다. 그런데 이 '외부 강사'의 질은 누가 담보할까요? 2025년 5월, 극우 교육단체 '리박스쿨'이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주는 조건으로 댓글 공작팀을 모집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났습니다. 하루 만에 강사 자격을 받은 기자의 증언처럼, 늘봄학교 강사 진입 장벽은 턱없이 낮습니다.


교육부가 정책을 1년 앞당기는 바람에 검증된 전문 인력이 투입되지 못했고, 민간 위탁업체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단순 오락형 활동, 유튜브 영상만 틀어놓는 '비디오 돌봄', 심지어 극우 사상 전파의 통로까지 열린 것입니다.


핀란드 학생들이 하루 7시간(421분)을 여가와 쉼에 사용하며 '놀이 기반 돌봄'을 누리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질 낮은 프로그램에 갇혀 학교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핀란드 학생의 주당 공부 시간 40시간 이내 비율은 각각 27.8%와 73.3%입니다. 이미 과도한 학습 시간에 시달리는 한국 아이들에게, 질 낮은 방과후까지 더해지는 것입니다.


완장만 늘린 늘봄지원실장, 책임은 여전히 교사 몫


정부는 2025년 '늘봄지원실장' 배치를 완성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2024년 전교조 조사에서 교사 61.2%가 "늘봄 업무가 교사를 배제하고 늘봄실무직원에게 온전히 인계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늘봄실무직원 역량 미흡 ▲관리자의 업무 범위에 대한 잘못된 인식 ▲늘봄실무직원 자체가 없는 경우까지.


한 교사는 "늘봄지원실장이 있어도 학부모는 담임에게 연락하고, 안전 사고 시 최종 책임은 담임이 진다"고 토로합니다. 교총 조사에서는 교사 87%가 늘봄학교에 반대했고, 그 이유로 '학생의 발달 단계상 학교에 오래 머무는 것이 부적합'(61.7%)을 꼽았습니다.


독일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40억 유로(약 5조 원)를 투자해 8,262개 학교를 증축했습니다. 교사 외에 '교육 보조원', '사회 교육사' 등 전문 직군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며 20년 넘게 인프라를 다졌습니다. 2025년에는 추가로 5,000억 유로(768조 원)를 투자합니다. 반면 한국은 학교당 1.4명 배치하고 "완성"이라고 선언합니다. 전교조는 "최소 3명 이상 필요한데 1.4명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교실 부족은 여전, 프랑스식 지자체 이관은 언제?


2024년 1학기, 늘봄 전용교실은 전체의 33.6%에 불과했습니다. 2학기에도 16.6%는 여전히 일반 교실을 활용해야 했습니다. 담임 교사들은 늘봄학교 운영을 위해 교실을 내주고 연구 공간이 없어 '메뚜기'처럼 떠돌아야 합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운동장에 모듈러 교실을 설치하는 촌극까지 벌어졌습니다.


교사 설문에서 1학기 운영상 가장 큰 문제로 '공간 부족'(50%)이 꼽혔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는 방과후 활동을 '지자체(코뮌)'가 전담합니다. 학교는 공간만 협조하고, 운영과 관리는 지자체가 파견한 인력이 책임집니다. 학교 밖 지역 문화 시설, 스포츠 센터를 적극 활용하며 학교를 고립된 섬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브론펜브레너의 생태학적 체계 이론에 따르면, 아이의 발달은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유기적 연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에 교육과 돌봄, 급식, 안전까지 모든 것을 떠넘기는 '무한 책임 구조'를 고수합니다.


2025년 충남의 '성공'도 지속 가능할까?


충남교육청은 2025년 81.5% 참여율, 95.9% 학부모 만족도로 전국 최고 성과를 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산교육지원청은 교육부 우수사례 기관 대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성과 뒤에는 '마을교육공동체 10년 축적'이라는 토대가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이 이를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더욱이 충남교총 조사에서는 교원 87%가 늘봄학교에 반대했고, 81.3%가 '충남형 늘봄학교'에도 반대했습니다. 79.9%가 2학기 운영 계획이 현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학부모 만족도 95.9%와 교원 반대율 87%의 극명한 대비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학부모는 '돌봄 공백 해소'라는 편익에 만족하지만, 실제 운영을 떠맡는 교사들은 지속 가능성을 의심합니다.


2년간 반복된 약속과 배신


교육부는 2024년 2월 세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모든 초1에게 매일 2시간 맞춤형 프로그램 ▲교사의 행정부담 해소 ▲늘봄지원실장 배치 및 적시 예산 지원. 전교조는 "제대로 지켜진 것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1학기 시범 학교의 사전 수요와 실제 신청자 수 격차가 커 인력·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방과후·돌봄 행정 담당 교사가 2학기 늘봄 프로그램 강사 채용 업무까지 떠맡았습니다. 울산에서는 121개교 중 6개교만 신청했고, 한 학부모는 "아이를 오랜 시간 학교에 붙들어둘게 아니라 부모의 근무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속도전이 낳은 부작용, 이제라도 멈춰야


정부는 당초 2025년 시행 계획을 2024년으로 1년 앞당겼습니다. 그 결과는? 예산 지연, 비정규직 한시 채용, 강사 질 검증 실패, 극우 세력의 침투, 교사 업무 가중, 공간 부족 등 총체적 난맥입니다. 2025년에는 2학년까지 확대했고, 2026년 전 학년 확대를 예고했지만, 1~2학년 운영조차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독일은 6년간 인프라를 구축한 후 10년 이상 모니터링하며 개선해왔습니다. 핀란드는 '놀이와 쉼'의 철학을 지키며 질을 담보합니다. 프랑스는 지자체 중심으로 학교의 무한 책임을 차단합니다. 반면 우리는 속도전만 강행하며 현장을 파괴합니다.


정책의 성공은 숫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늘봄학교는 저출산 시대 필요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숫자에 도취해 본질을 놓치고, 현장의 비명을 외면한 채 확대 일정만 강행한다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정부 업적을 위한 정책'으로 전락합니다.

2025년 말, 늘봄학교 정책 결산을 하며 우리는 묻습니다. 74.3%, 81.5%, 95.9%라는 숫자는 진짜 성공을 의미할까요? 아니면 서울 6.3%, 교사 반대 87%, 전용교실 33.6%라는 숫자가 진실일까요?


진정한 성공은 화려한 참여율 그래프가 아니라,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교사들의 안도감에서 증명됩니다. 지금이라도 속도를 늦추고 내실을 다지며,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합니다.


▲'국가 표준 돌봄 커리큘럼' 개발과 강사 질 검증 시스템 구축 ▲독일식 대규모 인프라 선투자 ▲프랑스식 지자체 완전 이관 로드맵 ▲단계적 확대 전 철저한 평가. 이 네 가지 없이는 늘봄학교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2026년 전 학년 확대를 강행하기 전, 2024~2025년 운영을 냉정하게 평가하십시오. '80%'라는 숫자에 취하지 말고, 남은 20%는 왜 참여하지 않는지, 참여한 80%는 정말 만족하는지, 교사 87%는 왜 반대하는지를 직시하십시오. 그래야만 늘봄학교가 진정으로 '아이들의 행복'과 '가족의 안심'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에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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