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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Jan 13. 2023

공립 온라인 학교, 고교학점제의 해결책 될까?

고교학점제와 온라인학교.. 해결책 될까?

출처: 에듀진

얼마전 교육부에서는 고교학점제의 지속적인 추진을 공언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고교학점제나 특목고 등의 전면 폐지 정책이 백지화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요,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2025년도의 도입을 목표로 열심히 추진중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고교학점제에 대하여 제기되는 우려는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교원의 전문성부터 시작해서 비용이나 실질적인 운영, 그리고 장소 같은 문제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오늘은 정부가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공립 온라인 학교’에 대해서만 얘기해보려 합니다.


공립 온라인 학교, 무엇이 다른가?

먼저 교육부에서 제시한 공립 온라인 학교와 관련된 여러가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공립 온라인 학교에 대해서 교육부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만, 교육부 공식 블로그에 게재된 게시물에 따르면 공립 온라인 학교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2023년까지 대구, 인천, 광주, 경남 지역 권역에 하나씩 설립 예정

(2) 소속학생 없이 시간제 수업만을 제공 -> 고교학점제 졸업에 필요한 이수과목을 이수가능

(3) 2023년부터 4개 지역을 위시하여 확대 예정

네.. 이정도가 전부입니다. 규모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기사를 찾지 못했습니다만, 확인되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소속 학생이 없이 시간제 수업만을 제공하는 학교라는 점입니다. 이 점에서 보았을 때, 시간제 강사로 고용되는 교사나 관련 직종 종사자는 학생 관리에 대한 부담 없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비용 측면에서도 교실을 계속 확보하고 있어야하는 학교 교육과는 달리 스튜디오 하나만 대여해서 수업을 진행하면 되니까 훨씬 저렴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립 온라인 학교가 고교학점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될까요?

흠… 글쎄요… 저는 전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4개나 설치하는가?


사실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학교는 여러 개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교육방송이 전주교육방송, 인천교육방송 등으로 나눠져 있지 않듯이, 인터넷 강의 형태의 수업을 제공하는 플랫폼도 마찬가지죠.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만 있으면 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합리적인 반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 있는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라는 핑계로 말이죠. 물론 맞는 말입니다. 딱 하나만 빼면 말이죠. ‘온라인 학교’라는 점입니다.


많은 수의 온라인 학교는 오히려 운영에 혼란을 가져올 심산이 더 큽니다. 1) 타 지역 온라인 학교의 수업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게 한다면, 현재와 똑같은 교육 격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2) 그렇다고 이용하게 하자니, 겹치는 수업이 수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4개의 온라인학교, 더 나아가서는 전국에 하나씩 설치되는 온라인 학교가 운영에 혼선을 불러올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죠.


누가 온라인 학교에서 수업하는가? - 교사의 존재의의


공립 온라인학교에서 수업을 제공할 사람을 선정하고 운영함에도 말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3가지 문제 정도가 얽혀 있습니다.

교사가 공립 온라인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할 유인책이 있는가?

그렇게 나온 수업은 기존 인강에도 버금갈만한 경쟁력이 있는가?

만약 교사가 다루지 않는 분야라면 교사의 존재의의는 무엇이 되는가?

한국의 교사들은 이미 ‘업무 포화’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스스로 이야기합니다. 이는 교사가 단순히 교육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늘봄 교실과 같은 학생 관리나 학교의 행정 업무도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이죠. 거기에 공립 온라인학교에서 쓰게 될 인터넷 강의도 찍어야한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 교사가 온라인 학교에서 강의를 하려고 할까요?

또한 교사가 온라인 학교에서 강의를 찍는다고 해도, 그 강의가 기존에 있는 무료 인강(EBSi 등)에 버금가는 양질의 교육을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물론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서 학점 이수의 편의성을 위해 온라인 강의를 듣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공립 온라인 학교의 도입 배경에 해당하는 ‘교육의 질 제고’와는 전혀 연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립 온라인학교의 주된 강의가 교사가 다루지 않거나 미숙한 분야라면, 고교학점제 하에서 교사의 업무는 ‘교육’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이 됩니다. 이는 고교학점제의 특성상, 온라인 학교에서 이수한 단위라면 굳이 오프라인에서 이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교사의 존재 의의가 무엇이 될까요? 진로 교사와 일반 교사의 다른 점은 또 무엇이 될까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고교학점제… 현장 목소리 없이는 미래도 없다.


사실 이런 ‘공립 온라인학교’는 말만 새로운 형식이지, 실제로는 기존 교육계에서 아주 널리 활용되고 있던 형태의 온라인 교육입니다. 바로 ‘e-learning’이죠.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이러닝 플랫폼 EBSi와 공공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강남구청 인강 사이트 등도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줌 수업과 이런 이러닝이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었는지 교육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육자들이 누구보다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입니다.


고교학점제 제도 하에서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육자들의 역할이 매우 커질 것입니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예정된 대로 진행한다면 평가 방식도, 교육 내용도 교육자들이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제도가 될 것이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제도가 되기 힘들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과 교육 당국자들은 고교학점제에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표면적인 접근을 하기 보다는, 교육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육자들의 목소리와 경험을 적극 반영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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