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마

서로의 첫걸음을 지켜보는 일

by 영업의신조이

2화.

첫걸음마


엄마는 운전석에 앉아 조심스럽게 핸들을 잡았다. 손바닥에는 금세 땀이 차오르고, 손끝의 떨림은 팔목을 타고 어깨까지 번졌다.

발목은 브레이크와 엑셀 사이에서 머뭇거리며 무겁게 내려앉았다.


엔진은 낮게 웅웅거렸고,

차선 경고음이 날카롭게 울릴 때마다 차 안 공기는 한층 더 긴장으로 굳어졌다.

안전벨트가 가슴을 단단히 눌러와 숨이 가빠지고, 사이드미러에 스쳐가는 차량들의 속도는 파도처럼 눈앞을 흔들었다.


조수석에 앉은 아들은 발끝을 움찔거리며 보조 브레이크라도 찾듯 바닥을 연신 밟았다.

그의 눈빛은 창밖의 풍경과 차선, 앞뒤 차량을 번갈아 좇으며 불안하게 흔들렸다. 뒷좌석의 가족들조차 숨을 죽인 듯 고요했고,


차 안에는 팽팽한 긴장만이 맴돌았다. 마침내 아들의 불안은 말이 되어 터져 나왔다.


“엄마, 왜 이렇게 한쪽으로 차가 쏠려? 똑바로 좀 해! 앞차랑 너무 가까워!”


떨리는 목소리는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불안은 짜증으로, 짜증은 화로 엄마를 향해 날아갔다. 순간 차 안 공기가 더욱 무겁게 내려앉았다.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핸들을 더 단단히 움켜쥔 채,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깊은숨을 들이켰다.

그 떨림은 단순히 기술 부족에서 오는 긴장만은 아니었다. 두려움을 껴안고 나아가려는 결심의 떨림이었고, 그 속에는 여전히 가족을 지키려는 사랑이 살아 있었다.


엄마는 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괜찮아.

나는 넘어져도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어. 그 다짐은 자신을 향한 말이자, 아들을 향한 믿음이기도 했다.


아들은 그 순간 자신이 뱉은 말이 엄마의 용기를 흔드는 화살이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화살은 날아갔고, 엄마는 그 무게를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었다. 아들은 바로 사과하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입술이 말을 듣지 않았다.


‘왜 나는 이렇게밖에 말하지 못했을까. 엄마는 두려운데, 나는 그걸 더 아프게만 만들었잖아…’


둘의 불안과 짜증이 부딪히며 긴장감은 둘 사이의 공기를 더 크게 울렸지만, 그 밑바닥에는 여전히 서로를 향한 사랑이 남아 있었다.


한때 엄마는 아이의 걸음마를 붙잡아주던 사람이었다. 아이가 넘어질까 노심초사하며 두 팔을 벌리고, 작은 발이 흔들릴 때마다 함께 울고 웃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 장면이 거꾸로 펼쳐지고 있었다. 엄마가 또 다른 첫걸음을 내딛고, 아들이 그 곁에서 불안과 책임을 함께 짊어져야 했다. 삶은 이렇게 서로의 자리를 바꾸며, 세대를 넘어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을 반복한다.


삶이란 결국,

서로의 첫걸음을 지켜보는 일이다.

부모는 아이의 걸음을 키워내지만,

어느 순간 아이도 부모의 걸음을 지켜본다.


그때 필요한 것은 서두름이 아니라 믿음이다.

불안은 때로 날카로운 말로 번지기도 하고, 서로에게 상처로 남기도 한다. 그러나 끝내는 사랑이 그것을 껴안아 더 깊어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