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메시지

그 너머의 책임

by 영업의신조이

7화.

원죄


주일 아침의 교회 예배당은 평소보다 조금 더 밝았다. 스테인드글라스의 푸른 유리가 햇빛을 잘게 부수어 바닥에 흩뿌렸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그 조각빛을 밟고 지나갔고, 오래된 찬송가의 음절들이 공기 속에 층층이 사다리를 세웠다.


서연은 “내 주를 가까이” 2절을 부르다 목이 순간적으로 멎었다. 모두가 아는 선율이었지만, 오늘은 그 뼈대가 뒤틀린 듯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왼쪽 스피커에서 아주 미세한 노이즈가 섞여 나왔고, 그 노이즈는 단순한 기계음이 아니라 먼 바람의 울음처럼 들려왔다. 예배당의 공명은 신발 소리, 숨, 기침, 책장 넘김, 의자의 삐걱임으로 이루어지는데, 오늘은 그 모든 것이 한 단어로 합쳐졌다. 숨...


기도 시간이 되자 목사의 낮은 음성이 마이크를 타고 예배당 바닥을 진동시켰다. 서연은 그 말들이 하나님을 향해 올라가는 동시에 지구의 심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 박히는 것처럼 느꼈다. 말씀과 흙의 밀도가 겹쳐지며 그녀 안에서 무겁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다.


눈을 감자, 눈꺼풀 안쪽으로 어둠의 바다가 밀려왔다. 바닷속 깊이 작은 산소 방울들이 연속해서 올라오며 터질 때마다, 누군가의 마을에선 섬멸에 가까운 가뭄이, 누군가의 도시에서는 매캐한 미세먼지 경보가, 누군가의 숲에서는 동물들과 벌레의 울음이 동시에 들려왔다. 기도는 한 사람의 문장이었지만, 응답은 지구 전체의 체온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아멘”이 끝났음에도 그녀의 귓속에는 여전히 그 울음의 잔향이 남았다. 짧은 현기증 같은 침묵이 온몸을 울려 퍼져나갔다.


예배가 끝난 후에도 서연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있었고, 성가대의 마지막 찬송 소리는 천장에 남은 메아리처럼 흩어졌다. 스테인드글라스 너머 햇살은 성전 바닥에 붉고 푸른빛을 나눠 깔았는데, 그것은 마치 지구가 마지막 숨을 토해내며 내뿜는 신호 같았다.


그녀는 다시 손을 모았다.

그러나 그 손끝은 기도의 형식이라기보다, 무언가에 기대어 스스로를 붙잡으려는 몸짓 같았다. 귀에는 여전히 가이아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어제 직접 들었던, 지구의 상처와 고통, 무너져가는 생태의 파동이 뼛 속에 새겨진 듯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환청이 아니라 분명한 진동이었고, 그 진동은 그녀의 가슴을 흔들며 심장을 조여왔다.


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깊은숨을 고르며 가이아가 말해주었던 상처와 노력들을 떠올렸다. 땅이 일궈낸 숲과 강, 새와 바람의 숨결, 인간의 무심함에 잘려나간 생명의 흔적들. 그 모든 것이 되살아나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십자가 위에 매달린 듯한 죄의식에 휩싸였다.


성전 앞에 걸린 십자가를 바라보았다.

고통 속에서도 끝내 사랑을 놓지 않은 예수의 얼굴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스쳐 지나갔다. 신이 세운 절대적 질서, 완벽한 생태계의 균형을 거슬러 스스로의 욕망을 좇은 최초의 죄. 그것이 원죄였다.


그녀는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온 도시와 문명, 자본주의와 효율성, 속도와 경쟁의 논리가 모두 그 원죄의 연장선임을. 도시는 인간에게 효율성과 편리함을 주었지만, 동시에 지구에 대한 무례를 제도화했다. 자본은 생명을 숫자로 환원했고, 효율은 관계를 잘라냈다.


석유를 끌어올리고 화석연료를 태우는 일은 합법이었고, 플라스틱을 쓰고 버리는 일도 누구도 죄라 말하지 않았다. 공장의 굴뚝이 뿜어내는 매연은 도시의 불빛과 함께 문명의 상징이 되었고, 산업단지의 폐수가 강을 오염시켜도 그것을 원죄라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가이아는 울고 있었다.


숲이 잘려 나가며 비명을 질렀고, 강은 오염에 몸부림쳤다. 새와 짐승들이 서식지를 잃고 사라져 가며 흩뿌린 울음이 밤하늘 별빛 속에 갇혀 있었다. 서연은 그것을 교회 안에서, 십자가 앞에서 생생히 느꼈다. 마치 인류의 죄가 한 장부에 기록되어 펼쳐진 듯, 페이지마다 숨 막히게 넘겨졌다.


“우리는 합법 속에서 죄를 짓고 있구나…”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법과 제도의 안에서, 자본의 질서 속에서 죄의식 없는 죄인으로 살아왔구나.”


눈을 감자, 그녀는 자신이 커다란 생태계 안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생태계를 파괴해 온 공범이라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인류가 그것을 문명의 발전이라 불러왔지만, 그녀에게는 신이 세운 낙원을 찢어버린 행위처럼 보였다.


그녀의 손은 떨렸다.

두 손을 모아 올린 자세가 점점 무너져 내렸다. 성전의 고요는 그녀를 더욱 압박했다. 누군가는 교회를 떠났고, 누군가는 여전히 기도하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그 시간은 끝없는 고백의 시간처럼 이어졌다.


다시 십자가를 응시하자,

아담과 이브가 떠올랐다. 그들은 낙원에서 쫓겨났지만 여전히 삶을 살아내야 했다. 그러나 그 삶은 더 이상 순결하지 않았다. 효율과 경제성, 속도의 이름으로 세워진 문명은 우리를 다시금 낙원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 깊이 자문했다.

“내가 이 세계 속에서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합법과 제도의 울타리 속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원죄를 자각한 존재로서 새로운 길을 걸을 것인가.”


그 질문은 신학적 사유에 머물지 않았다.

플라스틱을 집어 드는 순간,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순간, 도시의 불빛 아래 편리함을 누리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에덴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가 되고 있었다.


그 각성의 순간,

서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단순한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원죄의 자각이 한 개인의 몸을 통해 흘러나온 증거였다. 그녀는 울음을 삼키며 두 손을 더욱 굳게 모았다.


“주님, 우리가 지은 이 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합니까. 가이아의 상처를 내가 어떻게 함께 짊어질 수 있습니까.”


성전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 무거움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스며드는 듯했다. 서연은 그 빛을 따라가며 희미한 희망을 감지했다. 원죄를 자각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그리고 그 시작은 기도의 자리에서 열릴 수 있다는 확신 같은 것.


그녀는 한참을 더 앉아 있었다.

예배는 이미 끝났지만, 그녀에게는 새로운 예배가 시작된 듯했다.


그것은 목소리 없는 기도였으나,

지구와 신과 자신을 향한 가장 깊은 고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