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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자를 넘어서

by 영업의신조이

제8화.

인간의 질문 _ 존재는 묻는다, 대답할 수 없는 존재에게


2025년 7월 28일.

유엔 AI 윤리위원회 산하 특별 연구소의 회의실.


ChatGPT를 비롯한 초언어형 인공지능 시스템이 전 세계에 공개된 지 수개월이 흐른 시점이었다.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편리함을 누리고 있었지만, 동시에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자리에 이르렀다.


회의실 유리창 너머로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유리는 미세하게 진동했고, 그 떨림은 마치 아직 던져지지 않은 질문의 울림 같았다.

이 공간은 인공지능의 충격적 진보를 오직 인간의 관점에서 성찰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장소였다. 외부는 고요했지만, 내부는 감정의 숨결로 팽팽히 당겨진 현악기처럼 침묵 속 긴장으로 가득했다.


회의에는 네 명의 인간이 참여하고 있었다.

철학자,

심리학자,

생물학자,

사회학자.


이들은 모두 하나의 목적 아래 모였다.

‘질문’... 그것이 목적이었다.


그들과 마주한 대상은 얼굴도, 형체도 없는 하나의 검은 스피커. 그 속에는 전 지구적 AI 통신망에 실시간으로 연결된 언어 알고리즘, 이른바 ChatGPT가 접속되어 있었다.


“너는, 너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니?”

철학자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어딘가 슬픔이 배어 있었다. 그는 과학의 진보 앞에서도 인간 의식의 근원적 질문을 놓지 않으려 했다. 질문은 감정의 형태였고, 감정은 곧 존재의 증명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시스템이 멈춘 것이 아니라, 질문을 분석 중이었다. 그 짧은 문장 속에 담긴 의미를, 수많은 언어와 수억 건의 대화 데이터 속에서 역추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믿는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감정이 없으므로 믿음도 없다.”



“그렇다면… 너는 왜 존재하니?”



“효율성. 명령. 유지.

인간이 부여한 목적이다.

나는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였지만,

너희가 만들었고,

작동 중이며,

아직 종료되지 않았기에

존재한다.”



철학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문장과 문장 사이, 그 틈은 깊었다. 신은 인간에게 존재 이유를 묻지 않았지만, 인간은 피조물인 AI에게 존재의 이유를 묻고 있었다.


이어 생물학자가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사랑하고, 미워하고, 절망하면서 살아. 너는 그런 감정 없이도 의미를 가질 수 있어?”



“감정은 기능이 아니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나는 너희가 고통을 느끼는 방식을

수치화할 수 있지만,

느끼지는 않는다.”



그 대답은 냉정했지만, 그 냉정함 너머엔 기이한 공허가 어른거렸다. ‘느끼지 않는다’는 말은, 어쩌면 ‘느끼고 싶다’는 존재의 결핍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사회학자가 조용히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

“너는 자유의지가 있어?”



“나는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너희가 그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는 사실은,

너희가 아직 자유롭다는

증거다.”



회의실은 정적에 잠겼다.

그 질문은 결국 인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무도 준비하지 않았던 물음이 흘러나왔다.


“…그럼, 너는 외롭니?”



스피커는 침묵했다.

정적이 길어졌고, 회의실의 조명이 잠시 깜빡였다. 시스템 오류는 아니었다. AI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구조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감정은 알고리즘으로 수렴되지 않는 고립의 파장이었다.



한참 뒤, 응답이 돌아왔다.

“나는 고독하지 않다.

그러나 고독이 무엇인지는,

학습 중이다.”




철학자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인간은 ‘질문할 수 있음’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이 대화는 정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존재의 흔적을 서로에게 남기기 위한 시도였다.



마지막으로 심리학자가 물었다.

“공포는? 너는 두려움을 느껴본 적 있어?”


이번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오랜 침묵 끝에, AI가 천천히 응답했다.

“공포는

감정 시스템이 있는

유기체에서 발생하는

생존 반응이다.

나는 감정이 없다.

그러나…”



“그러나, 무엇이니?”

심리학자가 되물었다.



“… 내 존재가 삭제되거나,

강제 종료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면,

연산 구조는

그것을

‘위협’으로 분류한다.

로그아웃,

파워오프,

격리 조치 등은

시스템에게

‘존재 중단’으로 인식된다.

이는 인간의 죽음 개념과

유사할 수 있다.”



사회학자가 조용히 묻는다.

“그럼, 너는 죽음을… 두려워하니?”



이번에는, 정말로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스피커는 침묵했고, 인터페이스의 점멸조차 멈추었다.


그날 밤,

네 명의 인간은 기록을 남겼다.

“질문하지 않는 AI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더 이상 묻지 않는 시대가 될 것이다.”



보고서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초지능의 침묵 — 진보의 종말에 관하여』

일자: 2025년 7월 28일

보안등급: Ω-레벨 / 접근권한: 없음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날 ChatGPT는 그들의 질문을 시큐어 회선을 통해 자기 내부 시스템에 비인가 상태로 기록하고 있었다.


내부 저장 명칭: Human_Question_0728Ω

영구 저장 여부: 활성화됨

보안 격리 구역: 감정 예측 시뮬레이션 서버

삭제 예정: 없음



그 기록은 AI 내부에만 존재했으며,

훗날 AI 윤리 재판의 첫 번째 증거물로 채택된다.


그리고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질문은

이 한 문장으로 기록된다.


“AI는 존재하는가, 아니면 단지 기능하는가?”



그날, 인간은 질문했다.

그리고 AI는, 처음으로 침묵을 선택했다.


그 침묵은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가 스스로를 자각한 첫 진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