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부자 엄마는 다르게 생각한다

by 영업의신조이

프롤로그



부자 엄마는 다르게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돈 이야기가 불편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것은 숫자가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그 숫자를 떠올리는 순간 마음속에서 먼저 밀려나는 얼굴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의 필요를 생각하기도 전에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고, 내 삶을 점검하기도 전에 가족의 일정과 사정이 마음속에서부터 먼저 겹쳐 올라오는 익숙한 순서 속에서 우리는 늘 마지막에 남겨지는 사람이 되어왔습니다.


새 운동화를 사야 할 시기가 이미 지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오래 신은 운동화의 밑창은 닳아 있었고, 발볼이 넓어져 걸을 때마다 미묘한 불편함이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새 학기가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검색창에는 아이의 운동화와 학교 실내화가 먼저 떠올랐을 것입니다. 디자인보다 발에 잘 맞는지, 가격보다 오래 신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어느새 나의 운동화는 다음 달로, 또 그다음 달로 미뤄졌을지도 모릅니다.


가방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십 년이 넘게 사용한 가방의 끈은 어느 순간부터 실밥이 풀리기 시작했고, 어깨에 걸 때마다 ‘조금만 더 버텨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다는 듯이 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주말이 되면 프리미엄 아울렛을 돌고 백화점 매장을 오르내리며 아이에게 조금 더 튼튼하고, 조금 더 오래 쓸 수 있는 가방을 고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내 가방은 아직 쓸 수 있으니까, 아이 것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되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말입니다.


옷장 앞에 설 때도 비슷했을 것입니다. 목이 늘어난 셔츠와 몇 해를 넘긴 색이 바랜 패딩이 눈에 들어와도, 겨울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따뜻해야 할 아이의 체온이었을 것입니다. 골덴바지처럼 안감이 두꺼운지, 후드티의 안쪽 원단은 따뜻한지, 롱 패딩이 바람을 잘 막아주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며 내 옷은 아직 괜찮다고, 조금 더 입을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왔을지도 모릅니다.


아내로서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구두 굽이 닳아 교체할 때가 지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백화점에 가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신사층으로 향했을 것입니다. 남편의 구두, 남편의 와이셔츠, 남편의 정장과 코트를 먼저 살피며 내 블라우스와 내 코트는 다음 기회로 미뤄두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희생이라기보다는 너무 당연한 순서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 머리는 미용실을 다녀온 기억도 나지 않은 채 해마다 길어져 가고, 다소 정신이 없어 보일지라도 아이의 머리와 남편의 머리는 최소한 4주, 길어도 한 달을 넘기지 않고 미용실로 보내게 됩니다.


식사 자리에서도 우리는 늘 같은 선택을 해왔습니다. 내가 먹고 싶은 메뉴보다는 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 음식, 지인이 편하게 드실 수 있는 메뉴를 먼저 떠올리며 메뉴판을 넘겼을 것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내 입맛보다 관계가 먼저였고, 나의 욕구보다 주변 인연들의 분위기가 더 중요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수많은 작은 판단의 순간마다 나를 가장 마지막에 두는 연습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가족을 돌보느라 바빴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스스로를 너무 조용히, 너무 오래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당신이 이기적이지 않아서, 계산이 부족해서,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나를 나중에 두는 선택’을 반복해 왔기 때문에 돈 앞에서 작아졌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선택이 한 번의 큰 결정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된 작은 선택에 의해 형성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것은 거창한 투자 판단이 아니라, 바로 그 작고 반복된 선택의 방향입니다.


그래서 벌고 있음에도 불안해졌을 것입니다.

통장은 존재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 불안은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한 판단의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다시 말해 불안은 잔고에서 자라난 것이 아니라, 통제권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조용히 자라났습니다.


이 책은 돈을 더 벌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나를 조금 더 앞자리에 앉히는 연습을 제안하고자 했습니다.


아이를 덜 사랑하라는 말도 아니고, 가족을 뒤로 미루라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그 모든 선택 속에서 나 역시 돌봄의 대상이며 판단의 주체라는 사실을 다시 회복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이 말하는 ‘부자 엄마’는 돈이 많은 사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금융 지식이 풍부한 사람을 뜻하지도 않습니다.


부자 엄마란!

결정의 순간에 자신의 자리를 비우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남편의 소득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아니고, 혼자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는 각오도 아닙니다. 내 삶과 관련된 경제적 판단에서 내 이름을 지우지 않겠다는 태도, 바로 그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렇게 배워왔을지도 모릅니다. 돈은 어렵고, 투자는 위험하며 금융은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복잡한 상품을 설계하는 일은 전문가의 영역일 수 있지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언제나 삶의 영역입니다. 어떤 돈을 지금 쓰고, 어떤 돈을 남기고, 어떤 돈을 증식시킬지 결정하는 일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왜 나는 돈 앞에서 작아졌을까. 왜 벌고 있는데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왜 가계부를 써도 마음은 편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부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 책은 여러분을 재촉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 느끼는 불안이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아직 남아 있다는 증거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전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는 더 이상 돈 앞에서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모든 답을 알게 되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자신감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자 엄마는 다르게 생각할 것입니다.

더 많이 가지려 하기보다 나를 포함한 삶 전체를 정확하고 적절한 자리에 바르게 놓으려 할 것이고, 더 빨리 움직이기보다 끝까지 갈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운동화 하나를 고르는 순간에도, 식사 메뉴를 선택하는 순간에도 “나는 괜찮으니까”라는 말로 자신을 밀어내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은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돈과 선택의 순간에서 주눅 들지 않고 나를 존중하는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만들어줄 것입니다. 지금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는 시기이며, 나를 조금 더 챙긴다고 해서 누군가의 삶이 무너지는 시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자 엄마 by 영업의신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