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부자 엄마는 다르게 생각한다

by 영업의신조이

1부 2화.

경력이 멈추면 경제 감각도 멈춘다



소득이 아니라, 관여의 범위를 스스로 줄였을 때

많은 엄마들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가계부도 매일 쓰고 있고, 생활비도 물 샐 틈 없이 관리하고 있으며, 남편이 벌어온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계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그 말은 사실입니다.

매달 지출을 기록하고, 고정비와 변동비를 나누며, 남는 돈은 저축하고, 생활이 흔들리지 않도록 늘 조심스럽게 관리해 오셨습니다. 이 지점까지만 놓고 보면, 경제적 결정권이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경제 감각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가계 운영을 성실하게 수행해 온 사람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장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경제의 문제는 그 지점에 있지 않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경제는 ‘돈을 잘 아끼고, 잘 분배해 쓰는 능력’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핵심은 결정을 하지 못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를 나의 경제 영역으로 허용해 왔느냐에 있습니다.


많은 엄마들은 경제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의 영역으로 정의해 왔고, 그 정의 안에서는 충분히 잘해 오셨습니다. 그러나 그 정의 바깥에 있는 영역, 이를테면 돈을 증식시키는 구조를 이해하는 일, 그 구조 안에서 내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인식하는 일,


다시 말해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자산의 흐름을 점검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스로를 위해 선택의 자유를 설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오랫동안 자신을 그 영역 밖에 두어 왔다는 점이 남습니다.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어떤 영역을 피할 때 그것이 반드시 어렵기 때문에 피하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굳이 지금 개입하지 않아도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영역일수록 가장 먼저 뒤로 미루는 경향을 보입니다. 생활이 유지되고 있고, 가계가 돌아가고 있으며, 큰 사고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면, 뇌는 그 상태를 안정적인 기본값으로 인식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경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기보다는, 지금의 균형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투자는 잘 몰라서요.”


“리스크 있는 건 남편이 알아서 하니까요.”


“은행에 넣어 두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하지 않나요?”


이 말들은 무책임한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확실함을 줄이고 평온을 지키기 위한 매우 합리적인 언어처럼 들립니다.


문제는 이 언어가 반복되며 이제는 하나의 태도가 되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결정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만을 나의 경제 자리로 허용해 온 상태,

바로 그 지점이 우리가 지금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자리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경제 감각은 저축을 잘한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경제 감각은 선택의 부담을 어디까지 감당해 보았는가에서 자라납니다. 이미 익숙한 영역에서의 선택은 행동경제학적 실행을 위한 경제 감각을 키워 주지 못합니다. 가계부를 쓰는 능력과, 자산이 어떻게 불어나고 줄어드는지를 이해하는 감각과 경험은 전혀 다른 층위에서 형성됩니다.


전자는 반복과 성실로 유지되지만, 후자는 불확실성을 견뎌 본 경험 위에서만 만들어집니다.



경력 단절 이후 많은 엄마들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예전보다 경제 감각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조금 다르게 해석될 필요가 있습니다. 감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감각이 자라날 환경으로부터 오래 떨어져 있었을 뿐입니다.


직장에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숫자를 비교하고, 조건을 검토하며, 성과와 보상, 그리고 투자액을 연결해 보던 사고의 흐름이 있었습니다.

그 흐름이 사라지자 우리는 돈을 ‘과정’이 아닌 ‘결과’로만 받아들이게 되었고, 판단의 중간 지점에서 조용히 한 발 물러서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믿게 됩니다.


“나는 여기까지만 하면 되는 사람이다.”


이 믿음은 겸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제한(self-limiting belief)에 가깝습니다.

경제를 더 넓게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현재의 역할 안에서만 움직이겠다고 마음속으로 합의해 버린 상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합의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합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수년간 반복된 안도, 그리고 “지금은 괜찮다”는 판단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형성된 결과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 가장 경계하는 상태는 무지나 무능이 아닙니다. 가장 위험한 상태는 현 상태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믿게 되는 순간(status quo bias)입니다.

지금 당장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더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는 상태, 지금까지 잘 버텨 왔기 때문에 굳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상태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경제 감각은 멈춥니다.

실패해서가 아니라, 너무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멈추는 것입니다.



이 장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분명합니다.

엄마들은 경제를 모르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다만 경제를 ‘생활 관리의 영역’까지만 허용해 왔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경계를 조금 넓혀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더 위험해지라는 말도 아니고, 더 욕심을 부리라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나를 위한 선택이 필요해질 때,


“나는 여기까지밖에 못 해”


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미리 나를 앉혀 두자는 이야기입니다.

경제는 여전히 나와 상관없는 언어가 아닙니다.

다시 배치될 수 있는, 그리고 나를 위해 내가 스스로 행동으로 챙겨야 할 언어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를 더 분명히 해 두고 싶습니다.

이 장의 목표는 독자에게 당장 투자를 시작하라고 말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이 장의 역할은 투자 이전, 훨씬 앞에 위치합니다. 나의 현 상태를 인지하는 일, 판단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 그리고 경제를 대하는 자신의 위치를 재정렬하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 공부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어떤 선택도 불안해지고, 그 불안은 다시 회피로 이어집니다.



행동경제학 실행의 첫 단계는 단순합니다.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관리하고 있는가’, 아니면 ‘관여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입니다.


관여란 반드시 큰 결정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내 돈이 어떤 구조 안에 놓여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시도, 예금 이자가 무엇을 보장하고 무엇을 보장하지 않는지를 묻는 태도, 그리고 누군가의 설명을 듣기 전에 스스로 한 번 더 생각해 보려는 자세, 이 모든 것이 이미 경제적 관여의 시작입니다.


이 기준이 세워지면 이후의 선택은 훨씬 단순해집니다.

공부를 할지 말지, 투자를 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 선택의 자리에 계속 앉아 있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반드시 멈춰 서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맡겨 둔 그 돈이, 과연 정말로 안전한가 하는 질문입니다.


현재 국내 은행 예금 이자율은 보통 연 3%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2% 후반까지 내려가기도 하고, 높아져도 4% 초반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돈이 불어나고 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경험한 물가 상승률은 연 4~6% 수준을 오르내렸고, 생활 밀접 품목에서는 그보다 훨씬 높은 체감 상승을 낳았습니다.


이는 곧,

예금 이자율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거나 비슷해지는 순간, 돈이 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질 구매력(real purchasing power)을 잃으며 조용히 녹아내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통장 잔고는 유지되지만, 그 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범위는 점점 줄어듭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은행에 묶여 있는 이 돈이 다른 경제적 선택의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의 상실입니다.


이 손실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며, 우리는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안정’이라는 말 아래 인지적 망각(cognitive neglect)으로 밀어내기 쉽습니다.


경제적 무지는 몰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알고도 움직이지 않을 때 완성됩니다.


그리고 그 침묵의 시간만큼, 돈은 조용히 나의 편이 아닌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지금까지 지켜 온 안정이, 앞으로의 선택을 가두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 장이 당신에게 건네고 싶은 단 하나의 제안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자기 제한의 태도가 어떻게 소비의 순간마다 죄책감으로 되돌아왔는지, 왜 나를 위한 지출은 늘 설명이 필요했는지, 그리고 그 설명은 왜 언제나 나 자신을 향했는지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것입니다.


경제 감각의 회복은 지식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관여의 회복, 그리고 나를 그 선택의 자리에 다시 올려놓는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이것이 바로 경계를 뛰어넘는,

행동 경제학의 시작입니다.



그 경계를 뛰어 넘어 by 영업의신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