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부자 엄마는 다르게 생각한다

by 영업의신조이

1부 5화.


나는 지금 어떤 경제 위치에 있는가

_ 의존, 동반, 독립의 세 단계



이제 우리는 한 걸음 물러서서 질문을 바꿔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얼마를 벌고 있는지, 얼마나 모았는지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나는 지금 어떤 위치에서 경제를 대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위치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평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가르기 위한 질문도 아닙니다. 다만 지금의 나를 하나의 지도 위에 올려놓기 위한 질문입니다. 출발점을 알아야 방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엄마들은 ‘경제적 독립’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먼저 경직됩니다. 관계를 끊어야 할 것 같고, 혼자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으며, 지금까지의 삶을 부정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경제적 독립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와 등을 지는 선언이 아니라, 경제적 선택과 판단, 그리고 실행의 영역을 회복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혼자 벌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내 삶과 관련된 경제적 선택에서 내 이름을 지우지 않겠다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 장에서는 경제 상태를 소득이나 자산의 크기로 나누지 않습니다.

대신 판단이 어디에서 어떤 환경에 놓이고, 어떤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세 가지 위치를 고찰합니다. ‘의존’, ‘동반’, ‘독립’이라는 세 단계입니다.


이 단계들은 위계가 아닙니다.

더 나은 사람과 덜 나은 사람을 가르는 기준도 아닙니다. 다만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인식하기 위한,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좌표입니다.



먼저 ‘의존’의 단계입니다.

의존이라는 단어는 흔히 부정적으로 사용되지만, 사실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의존의 연속입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의존하며 자라고, 가족은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문제는 의존 그 자체가 아니라, 선택이 없는 의존(unchosen dependence)입니다.


경제적 의존이 위험해지는 지점은,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내가 존재하지 않을 때입니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말합니다.


“남편이 벌어오니까요.”


“그 사람이 더 잘 아니까요.”


“저는 관리만 하면 되니까요.”


가계부를 쓰고, 지출을 조정하고, 생활을 꾸려 나가는 역할은 성실히 수행합니다. 그러나 큰 방향, 중요한 판단, 미래에 대한 결정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영역으로 남겨 둡니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판단의 근육은 사용되지 않은 채 점점 약해집니다. 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 경험의 결핍(decision deprivation)에서 비롯된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사람은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판단할 자격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 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하나의 오래된 구조를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서양 사회를 비롯한 많은 문화권에서 여성은 태어날 때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고,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으로 바뀌며, 노년기에 이르러서는 아들의 이름 아래에서 삶을 정리해 왔습니다. 이 흐름은 단순한 명명의 관습이 아니라, 여성이 사회적으로 어디에 속해 있는가를 표시하는 인류 문화적 구조 코드(structural code)였습니다.


이름은 정체성을 규정하고, 정체성은 역할을 만들며, 역할은 다시 경제적 판단의 범위를 제한해 왔습니다.

이 관습이 말해 주는 것은 여성이 스스로 무능해서 의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오랫동안 사회는 여성에게 의존하도록 설계된 자리를 제공해 왔고, 그 자리에서 충실하게 역할을 수행한 결과가 지금의 구조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이 맥락에서 보면, 경제적 의존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인류 역사적으로 학습된 위치(historically learned position)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는 ‘동반’의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오늘날 많은 엄마들이 서 있는 위치이기도 합니다. 소득의 주체는 다를 수 있지만, 판단의 일부는 공유됩니다. 투자든 소비든 중요한 결정 앞에서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고, 의견을 나눕니다. 완전한 주도권은 아니더라도 의사결정 과정에는 참여합니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느낍니다.


“나는 중간쯤에 있는 것 같아요.”


“완전히 모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요.”


그러나 이 상태는 정체가 아니라 이행기(transition phase)에 가깝습니다. 판단의 언어를 다시 배우고 있는 과정이며, 경제적 자존감이 회복되는 중간 지점입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결정을 내리는 속도가 아니라, 판단을 피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완벽한 선택보다, 질문을 던지는 경험이 더 중요합니다.



마지막은 ‘독립’의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혼자 번다는 뜻도 아니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경제적 독립이란, 내 삶에 관한 경제적 판단을 스스로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조언을 구할 수는 있지만, 대신 결정해 달라고 넘기지는 않는 상태입니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돈의 크기보다 구조를 봅니다. 지금의 선택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이 결정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택의 결과를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습니다. 성공도 실패도 자신의 판단과 책임 위에 놓습니다.


이때 비로소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관리 가능한 감정(manageable anxiety)으로 바뀝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세 단계는 고정된 신분이 아닙니다.

삶의 국면에 따라, 관계의 변화에 따라 우리는 언제든 앞뒤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출산과 육아의 시기에는 의존의 비중이 커질 수 있고, 다시 여유가 생기면 동반이나 독립의 구조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느 단계에 있느냐가 아니라, 지금의 위치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가입니다.


경제적 독립과 통제권 확보는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제부터 독립하겠다”라고 말한다고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아주 작은 선택의 누적으로 시작됩니다.

스스로 질문을 한 번 더 해보는 것, 설명을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다소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숫자를 피하지 않는 태도, 그렇게 판단과 책임을 조금씩 주체적으로 되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장을 통해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의존의 단계에 있습니까. 만약 그렇더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다만 그 상태가 나의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너무 오래 반복된 구조 때문에 그렇게 자리 잡혀 버린 것인지를 구분해 보는 인식의 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선택 없는 의존이 미래의 경제적 관점에서 위험한 요소인 것이지, 의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더 나은 삶을 고민할 권리 또한, 누구에게나 주어진 자율적 권한입니다.


이제 다음 장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다 심도 있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판단의 영역은 어디서부터 회복해야 하는가.

엄마가 가장 먼저 되찾아야 할 경제 감각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를 위한 선택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심리적 저항은 무엇인가.



지금은 이 질문 하나만 마음에 남기셔도 충분합니다.


나는 지금,

어떤 경제 위치에 서 있는가?

그 선택은 내가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오래된 구조가 대신 선택해 준 것인가...



엄마의 경제적 독립의 의미 by 영업의신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