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부자 엄마는 다르게 생각한다

by 영업의신조이

1부 8화.

노후, 대재앙의 시작

_ 남은 돈으로 사는 삶이 아니라, 지켜놓고 사는 삶



많은 분들이 ‘경제적 통제권을 갖는다’는 말을 들으면, 허리띠를 조이고 삶을 더 옥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여러 선택들 중 가족을 덜 챙겨야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도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는 마치 통제권이란 결핍을 전제로 지금까지의 모든 결심들이 이루어졌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장에서 말하고 싶은 통제권은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통제권이란 더 많이 가지기 위한 욕심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기 위해 먼저 세워야 할 질서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아이의 교육비가 중요하니까, 남편의 사회생활이 우선이니까, 가족의 안정이 먼저니까 지금은 나를 미뤄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논리는 언제나 같은 결론으로 끝이 납니다. 이번 달도, 다음 달도, 그리고 1년 뒤에도 나는 늘 마지막에 남겨지고, 나를 위한 선택은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립니다.


문제는 이 선택이 한 번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 순서가 반복되며 구조가 되고, 구조는 곧 삶의 기본 운영 값이 됩니다.



경제적 통제권이 있다는 것은 A가 중요하니까 B를 조금 덜 쓰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B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본질적인 영역이고, A는 그 이후의 잔여 영역에서 조정되어야 하는 삶의 요소입니다.

이 질서가 뒤집히는 순간, 삶은 늘 감정과 상황에 끌려다니게 됩니다.


월급이 들어오는 순간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가장 먼저 이번 달에 나갈 고정비부터 계산합니다. 교육비, 관리비, 식비, 카드값, 보험료. 그리고 남은 돈을 보고서야 ‘혹시 남으면’ 저축이나 투자를 고민합니다.

그러나 이 방식에서는 통제권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통제는 언제나 남은 자리에서 시작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자리에서 통제권을 행사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장에서 제안하고 싶은 구조는 분명합니다.

월급이 들어오는 순간, 최소 10%, 가능하다면 20%, 여력이 된다면 30%까지를 비가변 영역(Non-negotiable Allocation)으로 먼저 떼어 놓는 것입니다.


이 돈은 생활비가 남아서 생긴 여유 자금이 아니라, 처음부터 ‘나의 판단을 위해 확보된 공간’입니다. 이번 달이 빠듯하다고 해서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되고, 다음 달이 불안하다고 해서 뒤로 미뤄서도 안 되는 영역입니다.


이 비가변 영역이 먼저 확보되어야만, 나머지 70% 또는 90%의 삶도 비로소 주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번 달에 축의금을 많이 내야 한다면 지난달에 남겨둔 돈을 끌어다 쓸 수 있고, 기분 좋은 약속으로 평소보다 비싼 식사를 대접했다면 다음 달 생활비를 조금 조정해 비워진 자리의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하나입니다. 이 영역만큼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통제권이 없는 상태에서의 즉흥적 소비는 곧 카드 사용으로 이어지고, 그 카드는 다음 달에 증폭된 불안과 공포로 되돌아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우리는 돈을 쓰고도 즐겁지 않고, 쓰지 않아도 불안한 상태에 머무르게 됩니다. 감정 소비가 구조적 심리 불안으로 변하는 지점입니다.


반대로, 지켜야 할 영역이 먼저 확보된 상태에서의 소비는 ‘무너지는 선택’이 아니라 ‘조정 가능한 선택’이 됩니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삶의 감정 온도를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간격이 됩니다.



이제 여기서 한 번, 현실적인 계산을 해 보겠습니다.

50세를 기준으로 은퇴 전 65세까지 앞으로 15년간 매달 400만 원의 소득을 벌 수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15년 동안 벌어들이는 총소득은 400만 원 × 12개월 × 15년으로, 총 7억 2천만 원입니다.


이제 이 금액을 시간으로 환산해 보겠습니다.

만약 현재 소비 구조가 월 600만 원(마이너스 통장 포함)이라면, 이 7억 2천만 원은 몇 년을 버틸 수 있을까요.

7억 2천만 원 ÷ 600만 원 = 120개월입니다.

120개월은 10년입니다.


즉,

우리는 지금 50세라면 앞으로 10년밖에 버티지 못하는 구조 위에 서 있는 셈입니다.

다시 말해, 60세가 되는 순간 미래의 몫을 모두 소진하는 시간표가 이미 계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은퇴 이후의 문제가 아닙니다.

노후 준비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의 소비 구조가 이미 60세의 시간을 당겨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의 나는 매달 미래의 노후 자금을 쓰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60세 이후에도 인생은 계속됩니다.

100세까지 살아간다고 가정하면, 그 이후 40년은 소득도, 자산도 없는 공백 구간으로 남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절약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활의 스케일 자체가 중간에 붕괴되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진짜 공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위의 계산은 물가 상승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금액이며, 의료비 증가를 반영하지 않은 계산이고, 간병·요양·만성질환·사고 같은 사건형 지출을 전혀 포함하지 않은 숫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가는 횟수는 늘어나고, 약값과 치료비는 커지며, 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비용은 점점 많아집니다. 여기에 가족 지원 비용, 자녀 결혼과 손주 관련 지출, 주거 환경 변화, 예기치 못한 사고와 간병 상황까지 더해집니다. 이 모든 것은 ‘있을 수도 있는 변수’가 아니라, 통계적으로 매우 높은 확률로 등장하는 사건들입니다.


즉,

우리는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며 구조를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현실에는 퇴직금이 있을 수 있고,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개인연금, 연금저축과 같은 노후 자산이 준비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에서는 의도적으로 그 모든 항목을 제외하고 계산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글은 정밀한 재무 설계 보고서가 아니라, 소비 구조가 시간을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설명이기 때문입니다. 자산이 있다는 사실이 현재의 구조를 정당화해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기본 소비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어떤 연금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가장 단순하고 가장 냉정한 가정만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15년 뒤에 다가오는 것은 노후가 아니라 조기 소진입니다.


이 재앙의 정체는 단순합니다.

지금의 소비 습관 그리고 투자 구조로는 미래의 생존을 절대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비관이 아니라, 이미 계산이 끝난 결과입니다.



그래서 이 장에서 반드시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남은 인생을 살아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말입니다. 지금 대책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우리는 오늘 당장 인지하고 각성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돈을 더 벌지 못해서가 아니라, 돈이 시간을 건너 스스로 증식하는 구조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 느끼는 불안은 막연한 감정이 아닙니다.

미래에서 이미 계산이 끝난 결과가 현재의 감정으로 먼저 도착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불안은 덮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라고 울리는 경고음입니다.


이 장이 공포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정확한 인식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그리고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자산을 연결하는 문제로 말입니다.


지금 남은 돈으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미래의 나의 돈을 먼저 지켜놓고 살아가는 삶.


그 차이가,

불안을 견디는 힘이 아니라 불안을 통제하는 힘을 만들어 줍니다.



끝으로 아주 유명한 임상 연구 하나를 소개하고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눈앞의 간식을 지금 먹을 수도 있고,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더 많은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했을 때,


아이는 선택을 합니다.

지금 당장의 1개를 먹을 것인지,

아니면 기다림을 통해 3개를 받을 것인지.


중요한 것은 기다린 아이가 결국 더 많은 보상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이 장을 통해 여러분들의 경제 습관이 오늘을 소비하는 행동의 주체에서, 자기 통제력을 발휘해 미래 지향적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주체로 전환되는 고민의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노후 대재앙의 시작 by 영업의신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