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엄마는 다르게 생각한다
2부 2화.
물가 상승과 이자의 싸움
_ 은행에 맡긴 내 돈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우리는 오랫동안 은행을 가장 안전한 장소로 배워왔습니다.
힘들게 번 돈을 맡겨두면 사라지지 않고,
원금이 보장되며, 매달 혹은 매년 이자라는 이름의 보상이 돌아온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말합니다.
“나는 욕심내지 않는다”,
“위험한 건 싫다”,
“그냥 은행에 넣어두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해.”
이 말은 지극히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이 장에서는 그 ‘편안함’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묻고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은행에 돈을 맡긴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선택처럼 보입니다.
돈은 그대로 있고, 내 통장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으며, 잔고에는 여전히 같은 금액이 찍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안심합니다. 하지만 이 평온함은 우리 눈에 보이는 정지된 화면일 뿐, 실제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는 전혀 다른 전투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물가 상승이라는 보이지 않는 상대와의 싸움입니다.
물가는 조용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올라갑니다.
어제와 같은 돈으로 오늘은 같은 것을 살 수 없고, 오늘의 돈은 내일의 나를 그대로 지켜주지 못합니다. 이때 중요한 사실 하나가 드러납니다.
물가 상승은 그 누구와도 협상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사정도, 노력도, 성실함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저 시간과 함께 움직일 뿐입니다.
이 상승 물가의 움직임은 언제나 은행 이자보다 빠릅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은행 이자는 왜? 무엇을 위해 지급해주고 있는가.
많은 분들이 이자를 ‘이득’이라고 느끼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이자는 내 돈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단순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내 돈을 은행에 빌려주고 돌려받는 금액은 그리 충분하지 않은 크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를 단순 내 돈을 지키기 위한 보전 장치 또는 그 이하의 가치로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가가 4% 오르는 동안 이자를 2%만 받는다면?
우리는 이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2%를 잃고 있는 셈입니다. 이자를 4% 받는다 해도 물가가 6% 오른다면, 이 또한 2%를 잃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 손실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통장 잔액이 줄지 않으니, 잃고 있다는 감각도 함께 사라집니다.
2022년도의 경우를 실제 예를 통해 직관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은행 예금성 이자가 4.22%였을 때, 엄마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제 물가는 어떠했을까요?
전기, 가스, 수도 요금은 12.6% 상승했고, 외식 물가는 무려 7.7%나 상승했습니다.
이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우리가 성실하게 노동해서 번 소득의 대부분은 결국 은행으로 들어갑니다. 이 돈은 ‘안전하게 보관되는 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은 내 돈의 전부를 금고에 쌓아두고 지키지 않습니다.
금융 시스템의 원칙상,
은행은 전체 예금 중 일부인 약 10% 정도만 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대출과 투자, 펀딩의 형태로 다시 시장에 풀어내고, 우리 돈으로 다시 이자 비즈니스를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급준비제도입니다.
지급준비제도(reserve requirement system)는 은행이 예금자로부터 받은 예금에 대해 보유해야 하는 예비금의 비율을 규정한 제도를 말합니다.
이 예비금은 예금자의 갑작스러운 인출에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하는 금액 비율입니다.
미국의 경우 과거 기준 약 10%, 한국의 경우 약 7% 수준이 적용되어 왔습니다.
더 쉽게 말하면, 우리가 100만 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90만 원 이상은 은행이 기업 또는 다른 개인을 대상으로 대출, 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다시 내 돈을 활용하여 장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갑자기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상황에 대비한 10만 원 정도만 은행에 보관해도 되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이는 합법적으로 설계된 금융 시스템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맡긴 돈은 은행을 통해 끊임없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더 돈을 불리기 위해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은행에서 나온 대출은 기업의 사업 자금이 되고, 기업은 그 자금으로 사람을 고용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며, 이익을 창출합니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고, 그 돈은 또 다른 대출과 투자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 단계를 거치며 점점 더 커지고, 더 빠르게 증식합니다. 그러나 그 증식의 결과가 초기 월급을 아끼고 아껴 은행의 예금 상품으로 맡긴 금액이 개인에게 다시 고 수익으로 정당한 비율로 돌아오는 비율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불편한 사실 하나와 마주하게 됩니다. 은행은 예금을 맡긴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금융 시스템 자본 증식을 위해 전체를 굴리는 중심축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은행은 구조적으로 ‘돈을 쉬게 두는 곳’이 아니라, ‘돈을 가장 효효율적으로 쉬지 않고 굴리는 곳’입니다.
문제는 그 효율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은행에 돈을 맡긴다는 선택은 정말 글로벌 거시적 고물가 환경에서 진정 바른 선택일까요? 아니면 이미 정해진 구조 속으로 내 돈을 습관처럼 편입시키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요?
이 질문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선택의 성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하는 숙제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선택도 사실은 분명한 방향을 가진 선택이라는 점을 우리는 인지해야 합니다.
이 장에서 여러분들이 느껴야 할 감정은 공포가 아닙니다. 죄책감도 아닙니다.
“그럼 나는 지금까지 잘못 살아왔나”라는 자책 역시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과거의 선택을 비난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그 선택이 어떤 시대적 배경과 구조 위에 놓여 있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글입니다. 이해는 언제나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시대적 착각 하나를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은 경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빠르게 이동하던 시기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고, 소득은 빠르게 늘어났으며, 은행 이자율 또한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습니다. 그 시절에 은행에 돈을 맡기는 선택은 매우 합리적이었고, 실제로 삶을 지켜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문제는 그 기억이 관성처럼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가 경험했던 ‘은행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 지금까지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가정 내에 이루어지는 경제 교육의 부재와 잘못된 교육 방식입니다. 성인이 되기까지 그 누구도 그 어디에서도 경제 교육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엄마 할머니를 통해서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어온 이야기는 머리에 마음속에 꼭 지켜야 할 규칙처럼 남아 있습니다.
"돈을 아껴야 한다."
"은행에 넣어 저축해라."
"주식하면 망한다."
그러나 지금은 1990년대와 다릅니다.
성장률은 급격히 낮아졌고, 이자율 역시 낮은 상태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환경은 바뀌었는데 선택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이 차이는 물가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한때 500원이던 짜장면 한 그릇은 이제 8,000원, 9,000원, 어떤 곳에서는 13,000원을 넘습니다.
돈이 시장에 많이 풀리면 풀릴수록 돈의 가치는 내려가고, 우리가 시장에서 구매하는 물건의 가격은 비래 해서 올라갑니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이렇게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환경 속에서, 낮은 이자율에만 의존해 은행에 돈을 맡겨두는 선택이 과연 우리의 삶을 지켜줄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선택은 내 돈의 가치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녹아 없애버리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서의 선택은 과거와 같을 수 없습니다. 고속 성장이 끝난 사회에서, 낮은 이자율과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동시에 감내하면서도 과거의 안전 공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더 이상 안전한 보수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구조가 달라졌다면, 그 구조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이 장의 끝에서 남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내 돈은 지금 어떤 구조 안에 놓여 있는가. 그리고 나는 그 구조를 이해한 채 선택하고 있는가입니다. 이 질문 앞에 처음으로 멈춰 서게 되었다면,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선택의 결과가 시간이 지나며 어떤 손실로 쌓여가는지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통해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