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부자 엄마는 다르게 생각한다

by 영업의신조이

2부 5화.

퇴직연금은 가장 조용히 방치된 자산이다

_ DB·DC·IRP, 누가 결정하고 있는가?



퇴직연금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많은 분들의 마음은 “벌써?”라는 말을 먼저 떠올리실 것입니다.


퇴직이라니,

아직 내 영혼의 나이는 20대, 30대를 살고 있는 것 같은데 퇴직이라니….

아직은 먼 이야기 같고, 지금 당장 생활을 꾸려가기에도 벅찬데 벌써 노후까지 생각해야 하느냐는 감정이 먼저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퇴직연금은 늘 중요하다고는 들었지만, 정작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는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퇴직연금은 가장 조용히 방치된 자산이 됩니다.


주위의 누군가가 “너는 퇴직금 관리를 DB로 해?

아님 DC? 아님 IRP?”라고 물어보면, 그냥 이렇게 말하고 넘어가곤 하죠.


“어? 난 그냥 뭐….”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애써 아는 척하며 그 순간을 모면하고, 그리곤 하루가 지나도 다시 그것이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보지 않은 채 또 바쁜 일상을 살아갑니다.


문제는 이 자산이 미래의 돈이 아니라, 이미 지금 우리의 삶과 지금 내린 선택에 의해 그 자산 크기의 결과물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퇴직연금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커지는 돈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 결정도 하지 않을수록 가장 비효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설계된 자산에 가깝습니다.

많은 분들이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회사가 해주는 것은 관리이지, 개인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퇴직연금의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돈의 방향과 결과가 누구의 손에 달려 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퇴직연금은 크게 DB, DC, 그리고 IRP라는 세 갈래의 문으로 나뉩니다.



먼저 DB(Defined Benefit)는 확정급여형입니다. 퇴직금이 사전에 정해진 방식에 따라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이름 그대로 퇴직급여의 계산 기준이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많은 회사에서 DB형 퇴직연금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근속연수를 곱하여 계산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운용의 책임과 큰 결정권이 주로 회사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직원 입장에서는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안정감이 장점이지만, 그 안정감이 방치로 이어지는 순간, 이 돈은 내 삶의 전략과 무관하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DB형의 진짜 장점은 급여가 시간에 따라 꾸준히 상승하는 구조에 있습니다.

지금은 호봉이 낮지만, 시간이 갈수록 급여가 안정적으로 올라가고 마지막에 가까울수록 연봉이 가장 높아지는 구조라면, DB는 미래의 나를 기준으로 계산되는 퇴직급여가 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연봉이 5천만 원이지만 10년 뒤 8천만 원까지 상승하는 구조라면, 퇴직 시점의 평균임금이 크게 반영됩니다.

같은 20년 근속이라도 퇴직 시 연봉이 8천만 원인 경우와 6천만 원인 경우는 계산 결과가 전혀 달라집니다.

이 구조에서는 지금의 작은 월급보다 앞으로 쌓일 시간이 더 큰 힘을 갖습니다.


하지만 DB형에는 결정적인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바로 연봉피크제와 희망퇴직 구간입니다. 많은 회사에서 60세 전후로 연봉피크제가 시작되면 급여는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59세까지 8천만 원을 받다가 60세 이후 6천만 원, 61세에 5천5백만 원으로 하락하는 구조라면, 퇴직 직전 평균임금은 자연스럽게 낮아집니다. 그런데 DB 구조가 퇴직 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작동한다면, 이 하락 구간은 그대로 퇴직급여의 기준점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오래 더 근무했지만 계산 기준이 낮아진다면 체감상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선택지가 등장합니다. 바로 전환입니다.

DB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내 급여 곡선이 꺾이는 시점에서는 DB의 장점이 약해지고 단점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연봉피크제가 시작되거나 급여의 상승 여지가 줄어드는 시점이라면, DB에서 DC로의 전환을 점검해 볼 필요가 생깁니다.

이때 확인해야 할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회사의 전환 허용 시점과 조건. 둘째, 전환 이후 운용 가능한 상품의 범위. 셋째, 전환 시점의 적립금 규모와 향후 운용 전략입니다. 전환은 정답이 아니라 점검입니다. 하지만 이 점검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퇴직연금은 그대로 방치되거나, 비로소 내 삶의 전략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DC(Defined Contribution)는 확정기여형입니다. 적립금이 정해지지만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금이 변동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회사가 매년 근로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일정 비율을 근로자 개인 계좌에 적립하고, 그 적립금과 운용 성과가 최종 퇴직급여가 됩니다.


즉 DC는 얼마를 넣을지가 아니라,

넣어진 돈을 어떻게 운용하고 굴릴지가 핵심이 되는 구조입니다.

DC형의 가장 큰 장점은 결정권입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내가 어떤 방향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시장의 흐름과 내 삶의 단계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DC를 실전으로 이해하려면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DC는 매년 들어오는 퇴직연금이 하나의 작은 월급처럼 쌓이는 구조이고, 그 월급을 어디에 둘 지를 내가 정하는 방식입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에 비중을 두면 변동성은 줄어들지만 성장 속도는 느려집니다. 반대로 일정 비중을 투자형 자산으로 가져가겠다고 결정한다면, 장기 평균 수익률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거 장기 기준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은 연 8~10% 수준의 평균 성장률을 보여왔지만, 이는 보장된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평균일 뿐이며 단기 변동성은 언제든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DC는 위험을 강요하는 구조가 아니라, 위험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든 구조입니다.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는 개인형 퇴직연금입니다. 개인이 개별 계좌로 적립·운용하는 구조입니다. IRP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퇴직금과 퇴직연금을 담아두는 개인 명의의 금고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이직을 하거나 퇴직을 할 때 퇴직금이 흩어지지 않도록 한 곳에 모아 두는 통장입니다.


IRP는 투자 상품이 아니라 자산을 담는 그릇이며, 그 그릇의 주인이 회사가 아니라 나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직을 자주 하더라도 본인 계좌로 퇴직금을 누적해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는 데 유리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IRP의 또 다른 핵심은 세액공제입니다.

IRP에 납입한 금액은 법에서 정한 한도 내에서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총 급여 수준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일정 구간 이하의 근로자는 더 높은 공제율이 적용됩니다. 즉 같은 100만 원을 넣더라도 세금 환급 효과까지 고려하면 실질 부담은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IRP는 수익률 이전에 세금 구조에서 한 번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IRP는 만 55세 이전에는 자유롭게 인출하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 장기 요양 의료비, 개인회생·파산, 재난 등 법에서 허용한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 인출 통로가 존재합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IRP는 묶인 돈이 될 수도 있고, 위기의 순간 나를 지탱해 주는 안전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누가 결정하고 있는가입니다.


DB에서는 회사가, DC와 IRP에서는 내가 더 많은 결정을 하게 됩니다. 퇴직연금의 결과는 상품의 문제가 아니라, 결정권의 위치에서 갈라집니다.

오늘 이 글을 덮고 나서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만 던져보십시오.


내 퇴직연금은 지금 DB입니까, DC입니까? 아직도 그 문구가 생소하게 느껴지시나요?


그리고 만약 내가 그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그 결정은 누가 내린 것일까요?

내가 이해하고 내 상황에 맞춰 고민해 선택된 것인가요? 아니면 주위 누군가가 “이게 좋아”라고 하니 듣고 그 순간을 모면한 것은 아닌가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순간,

퇴직연금은 더 이상 노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미래의 내 삶을 바꾸는 선택이 됩니다.




DB DC, IRP by 영업의신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