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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킴 Jan 03. 2022

'조이 킴 쇼'를 시작하다

유튜브 1년, 나의 재발견 


유튜브 채널, 'Joy Kim's 뉴질랜드'


2021년 1월 13일. 시현이와의 영어 인터뷰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나는 유튜버가 되었다. 



채널을 시작하면서, 한 해 동안 50개의 영상 업로드와 구독자 1천 명을 목표로 했다. 12월 끝자락에 한 해를 닫으며 팔십 번째 영상을 올렸고, 구독자는 2천 명을 넘어섰으니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12월 23일에는 비록 적은 액수지만 전혀 기대치 않았던 첫 수익금도 통장으로 입금되었다. 



그 이름이 시사하는 바대로, 나의 채널은 이민자로서 뉴질랜드에서 두 아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나의 소박한 일상,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내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당연하게도 나의 일상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일이고, 더불어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일이다. 종종 영어로도 영상을 찍었으니, 서툰 나의 영어 실력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나의 이야기를 불특정 다수인이 보도록 의도된 플랫폼에 올린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잣대와 평가라는 도마 위에 스스로 올라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당연히 두려웠고, 부끄러웠다. 



그러나,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두려움과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발목이 잡혀, 하고 싶은 일을 그만두거나 미루는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것이 어떤 영상이든 영상을 올리는 것 자체를 목표로 했다. 내 삶이 그리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나의 삶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도 없건만, 그 마음의 장벽을 넘어서는 일이 꽤 힘들었다. 평생 몸에 밴 완벽주의적 성향과 자기 검열의 습관이 매번 나의 마음을 피곤하게 했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고, 시작은 늘 서툴다는 것,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되뇌었다. 



실수를 두려워하거나 서투름을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그것들을 인생의 한 과정으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남은 삶은 더 이상 남 눈치 보지 않고, '오롯한 나'로 한번 살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쩌면 실수와 서투름으로 점철된 나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삶을 드러낸다는 것


첫 영상을 올리던 날, 나는 소리 내어 울었다. 영상을 게시하는 마지막 버튼을 누른 순간, 깊은 내면에서부터 울음이 터져 나왔다. 두려움과 긴장, 미안함과 안도감, 그리고 설렘과 흥분의 감정들이 눈물로 뭉쳐 나온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툭' 하고 내 안의 둑 한쪽이 무너지는 것이 느껴졌다. 세상의 평가가 두려워 안에만 고여 있던 나의 어떤 열망들이 무너진 둑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듯했다. 시원하고 감격스러웠다. 드디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매이지 않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디뎠구나 하는 생각에 환희가 일었다. 



그렇다고 하여, 두려움이나 부끄러운 감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영상을 올릴 때마다 여전히 두렵고 부끄러웠지만, 그것도 단련이 되는지 그 감정들의 강도와 세기가 옅어졌다. 부족하고 서투른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조금씩 더 편안해져 갔다. 순간순간 전심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과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늘 불완전한 모습으로 남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마침내, 부족한 모습 그대로 충분한 나의 삶이 보였다. 특별할 것 없지만, 있는 그대로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이었다. 







재능의 재발견 


유튜브를 시작하고 초반 몇 달 동안은 구독자 수나 조회수에 거의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인터뷰 영상이 알고리즘에 뜨면서 조회수와 구독자 수가 증가했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응원과 격려의 댓글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참 감사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보내주는 응원의 댓글들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그 댓글들에 일일이 답을 하면서 나는 구독자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소통의 욕구는 구독자들과 좀 더 가깝게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결국 '구독자들과의 영어 인터뷰'와 '구독자들과의 영어 토론'이라는 형식으로 발전했다.



알고리즘을 탄 Anna 언니와의 인터뷰 영상 



어느 날, 몸이 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영상을 찍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실제 인터뷰나 토론 영상을 찍을 때뿐만 아니라, 사전 인터뷰, 주제 선정, 토론 주제에 맞는 자료 찾기, 그리고 질문지를 만들어 내는 일련의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 나 자신의 서툰 영어를 드러낸다는 부끄러움 이외에 다른 어려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다만 신나고 재미있었다. 



이것이 내 재능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동안 귀찮아하며 경시해 온 나의 한 가지 특징이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한 가지 특징이란 다름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나와 다른 몸으로, 나와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선택들을 하며 살아온 삶의 이야기들은 언제나 나를 매혹시킨다. 



그러므로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질문이 많다. 비슷한 듯 다른 삶을 살게 된 그 계기나 원인은 무엇이었고, 그 과정에서의 경험과 그것을 통해 배운 삶의 원리는 무엇인지 등등 궁금한 게 많다. 그런데, 이 왕성한 호기심은 종종 그 근본적인 질문에 들어가기도 전에 '왜 그렇게 남의 인생에 관심이 많냐'는 핀잔에 맞닥뜨리곤 했다. 자꾸 듣다 보니, 나 자신마저도 다른 인생에 기울이는 나의 이런 호기심을 귀찮은 불청객쯤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특징이 지난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구독자들과의 소통을 이끌어 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음을 발견했다. 다른 인생에 대한 나의 이 호기심이 성가신 불청객이 아니라, 다양한 삶을 의미 있게 볼 수 있도록 돕는 재능으로 새롭게 보인 것이다. 예기치 않았던 이 발견은 내게 참으로 감격스럽고 기쁜 것이었다. 천덕꾸러기였던 미운 오리 새끼가 알고 보니 백조로 드러났을 때의 기쁨과 비견될 정도였다. 



새로운 꿈, '조이 킴 쇼'



장차, '조이 킴 쇼'라는 것을 제대로 한번 해보고자 하는 꿈이 생겼다. 유튜버로서 또 일명 '조이 킴 쇼'의 호스트로서 가야 할 길은 멀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도 더 키워야 한다. 비단 영어실력뿐일까? 인터뷰어로서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잘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 인생을 살아가는 실력도 길러야 할 것이다. 또한, 좋은 영상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혼자 하다 보니 당연히 가는 걸음이 굼뜰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북이걸음으로 걸을지라도 내가 원하는 대로 '나 다운 삶'을 살아가는 일이기에 즐겁고 행복하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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