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포착 6

꿈~꿈

by 하리

실제로는 소박한 집인데 가끔 아주 가끔 남편이 지은 큰 집에서 지내는 꿈을 꿀 때가 있다. 웃기는 것은 꿈속에서도 한 번씩 이사를 가는데 그 집은 그다지 멋지지가 않다.

이번에는 큰집의 경계가 뚜렷한 담이 사라지고 꽃과 나무들이 심겨 있는 것이었다.

깨어나서도 생생하여 해몽을 보니 그다지 나쁘진 않았다.


초여름 제사 다다음날은 아버님 생신이다. 근래 몇 년간은 대부분 당일보다 앞선 휴일에 했지만 이번에는 당일이 토요일이었다.

주말 가족 절투어가 공식적으로 진행된 지 수년이 지나고 보니 이번에도 남편이 앞장서서 절과 식당을 정했다.

평상시와 달리 이번 절은 주차장에서 백 미터이상 걸은 뒤에 케이블카를 타야 했다. 만약 비가 온다면 다리가 불편하신 시부모님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비 소식은 점점 굳혀져 갔다. 난감함을 해결키위한 차선의 방법으로 평지절을 추가로 찾아 둔 뒤

'일단 케이블카 타고 가요. 단 우천 시 장소 바뀝니다.'하고 다시 공지했다.

하루 전 오전까지만 해도 약간 온다던 예보가 태풍소식까지 전한다. 남편의 걱정 수위가 점점 올라가는데 난 전날 제사 후유증도 다 못 벗어난 상태로 연중 특별 기도가 있어 성당을 갔다.

'밭에 고추가 말라비틀어지고 있어 비는 왔으면 좋겠어요. 대신 밤새 밭고랑이 젖도록 쏟아지고 내일 낮은 멀쩡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반듯하게 앉아 있는데 난 졸다 까무룩 잠들었다. 눈을 뜨니 모두들 자리를 틀고 일어나는 중이었다. 성당마당에서 만난 몇 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풍이래, 내일 놀러 가는데."

"가물어서 비 올 때가 되긴 했지만 태풍이라니 걱정이구만."

그 와중에도 '아무튼 내일은 멀쩡하게 해 주세요.'라고 한 번 더 다짐 기도를 했다.

밤새 지붕이 시끄럽던 빗소리가 아침상을 차리는 중에 조금씩 약해지더니 수저 놓을 무렵에는 빗방울로 바뀌었다.

"비 그치니까 케이블카 타도 되겠네."

그칠 듯 말 듯 출발한 뒤에도 차창은 빗물이 조금씩 튀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이 갈등하건 말건 이미 공지했다 하곤 묵살했다.

꿈을 잘 꾼 걸까? 기도가 이루어진 걸까?

어쨌거나 그날 아버님 생신은 애초 계획대로 추진되었다. 예상외의 많은 강수량으로 평상시엔 잘 보기 어렵다는 폭포까지 본 뒤 돌아올 땐 덥기까지 했다.


남편은 평소에 내 기도 방식에 종종 태클을 걸었었다. 그런 마음속의 경계를 허무는 계기가 된 걸까?

궁금했으나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