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하기 두려워서

포기된 수능

by 하리

친척 조카가 수능시험을 포기하고 말았단다. 의대를 목표로 재수까지 했는데 말이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스물넷의 나를 떠올렸다.

동생들이 하나둘 대학을 간 뒤였다. 상업학교를 대충? 졸업한 나로선 앞길이 막연했다. 직장을 옮겨 다니다가 간신히 마음에 드는 일을 한 지 2년쯤 되던 해였다.

그제야 일 마치고 난 저녁에 입시학원을 다녔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영어랑 수학 문제를 푼다고 낑낑댔다.

시간과 돈을 절약해야 해서 반찬 종류도 점점 단순해지고 있었다. 몇 달 안되어 시험날짜가 다가오니 점점 마음이 갑갑하고 불안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체력장까지는 마쳤다. 하지만 그때부터 긴장이 고조되는 데다가 먹는 것도 부실하니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앉아서 소변을 볼라치면 잠겨놓은 수도꼭지에 떨어지듯 했다. 오래 앉아 있어도 프기만 하기에 하는 수없어 병원을 드나들었다. 그런데 약을 먹는 그때뿐 돌아서면 증세가 제자리였다.

한마디로 스트레스가 과해서 감당이 안 되는 였다. 이뇨제와 항생제등을 자꾸 복용하다 보니 입맛도 없어지고 소화불량에다 설사를 달고 지냈다.

그런저런 이유로 점점 몸이 나빠지니 잠도 쉬 오지 않아 수면제를 처방받을 정도였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 급기야 몸져누웠다.

그만 시험장에 가보지도 못하고 말았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더 아팠다. 이번엔 후회에다 자책까지 겹쳐서 회복이 엄청 더디었다.

그때 가지 못한 대학은 결혼 후에 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 방송통신대를 디니는 것으로 대신했다.

바야흐로 입시철이다. 모두들 시험 결과 앞에서 만족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한 번의 결과가 인생 전부를 흔들게 내버려 두지 않고 차근차근 잘 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친척 조카도 다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서 잘 극복하길 바란다.

한번 실패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또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사람에게 새로운 희망과 미래가 열릴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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