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9

by 여록

미국에 사는 친구가 1달 정도의 휴가를 받아 고향에 왔다.

원래는 대학동창들과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왔는데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여행이 금지된 나라를 방문 예정이었던 터라 여행이 취소돼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덕분에 내가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더 얻게 되었다. 친구는 집에 할 일 없이 머무는 날이 무료한가 보다. 반면 나는 이번 주가 가장 바쁘다. 직장에 내야 할 계획서, 마을활동, 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선거활동...


엊그제 아침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무얼 할거야?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나열을 하는데 그리고? 그리고? 계속 묻는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내줄 시간이 없는지를 묻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꾸 일정을 묻지 말고 네가 원하는 갈 말해.

라고 직설을 날렸다.

친구는 안경을 맞추러 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좋을 지 몰라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나도 그냥 읍내에 있는 제일 큰 안경점에 가. 지인찬스 같은 건 없고.

라고 대답을 했다.

친구는 내가 잘 아는 안경점이 있어 할인을 원하거나 아니면 시간을 내어 안경점에 같이 가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미안하다 친구야. 네가 나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벗이기는 하지만 나는 나부터 챙기기로 했어.

도저히 그날은 시간을 낼 수가 없었어. 몸도 마음도 빡빡했거든.


내일부터 1박 2일 꽃구경을 가기로 했다. 여행 ㅈ 중에는 친구가 하고 싶어하는 말을 밤새서 들어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몇 년을 무소식이다가도 만나면 어제 수다떨다 헤어진 것 같이 친밀한 친구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더욱 솔직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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