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 와서
그리운 것들은 모두
바다에 던져 버리기로 했다.
어디에 버릴까 생각해 보니
그리운 성산포 앞바다나
외돌개 홀로 외로운 서귀포 앞바다도 있지만
그냥 인간과 바다의 경계가 불분명한
조천 바다에 버리기로 했다.
현무암 방조제 벽에 무수히 밀려왔다 부서지는
그리움 조각들
바다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버리기로 했다.
한라산 중턱에 올라
삼방산을 바라보며
인생을 반추해 본다.
10대 때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
20대에는 떠나간 첫사랑의 그리움
30대에는 고향 뒷산으로 가신 어머님에 대한 회한
40대에는 못다 한 꿈에 대한 안타까움
50대에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채색되어 있다.
제주 바다에 와서
버릴 것은 버리고 비울 것은 비우고
맑은 생각에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채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