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 곳에

ㅡ능소화 이야기

님은 먼 곳에

ㅡ능소화 이야기




가난한 여염짐의 한 소녀가

궁녀 모집에 응모해 입궐한 후

공주를 모시는 역할을 하다가 어느 날

후원에 나온 왕의 눈에 들어 동침

궁녀에서 한순간에 왕의 여자가 되었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그녀가 머무는 궁궐은 너무도 깊어

상궁과 연도 없는 그녀에게 왕의 발걸음은 오질 않았지

슬프게도 세월은 가고 사계절이 지나도 님은 오지 않았네

기다림이 깊으면 병이 되는 것

꽃지는 어느 늦은 봄날

소화의 바람도 끊어져 운명하고 말았네

숨질 때 혹여 찾아 올 왕의 발자국에 밟히고자

후원 담장 아래 자신을 묻어달라는 소화의 유언

님은 먼 곳에 있지만

담장을 타고 올라 붉은 꽃을 피우다

힘없이 떨어지는 능소화가 되었다지

떨어진 꽃잎이라도 님의 발에 밟히고자 했던

소화의 꿈

오늘 담장 아래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