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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성 앞에서

by 시인 권태주

오사카성에서



오사카성 앞에 서니

붉게 스며드는 저문 노을

피로 물든 역사의 바람이

성벽을 타고 흐느낀다


풍전등화 같던 그 시절

원숭이 얼굴의 사내가 전국을 통일하더니

조총과 칼을 들고 바다를 건넜다

불타는 야욕의 깃발 아래

조선의 강산이 신음하였고

강물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가고

거센 파도는 그 이름을 씻어내니

그의 꿈은 바람에 흩어지고

그의 오사카 성도 덧없이 서 있구나


황천길 끝에서 그는 보았으리

믿었던 신하의 손에 스러지는 자식

무너지는 명성, 사라지는 나라

칼날 같은 욕망이 부른 죄의 종말을


오늘 나는 다시 선다

성벽과 천수각을 바라보며

천년을 두고도 잊지 않을

그날의 상처를 가슴에 품는다


* 오사카성 앞에서, 한국인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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